“신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경북도의회 유감”
  • 심충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4@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9 14: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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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주민, 대구시 편입 약속 1년 만에 뒤집은 도의회에 분노…대구경북통합신공항 추진에도 ‘빨간불’

경북 군위군이 추진 중인 대구시 편입 절차가 경북도의회의 “찬성도 반대도 안 한다”는 애매한 입장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신공항) 이전 과정에서 군위군의 조건 제시로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신공항 이전 부지 결정 당시만 해도 경북도의원의 약 88%에 해당하는 53명이 편입안에 동의했지만, 최근 찬반 표결에서 아무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다. 군위군이 어렵게 결정한 상황에서 경북도의회가 갑자기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자 대구시 편입에 사활을 건 군위군의 정책 동력이 약해지면서 신공항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1.9.2.경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군위군 대구편입'에 대한 안건 심의ⓒ시사저널 심충현
2021.9.2.경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군위군 대구편입'에 대한 안건 심의ⓒ시사저널 심충현

대구시 편입 찬성안·반대안 모두 부결돼

경북도의회는 9월2일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찬성안은 재적의원 59명 중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8표, 불채택 29표로 나와 부결됐다. 대구시 편입 반대안 역시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나와 부결됐다.

이에 경북도의회는 찬반 의견 모두 채택하지 않기로 정하고, 이를 경북도에 통보했다. 앞서 9월1일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보건복지위원회도 이 안건을 심의한 결과 찬반 4대4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본회의에 넘겼다.

경북도의회가 낸 찬반 입장은 사실 구속력이 없다. 지방자치법 4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이나 구역 변경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해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다. 경북도는 이런 관련 절차를 지키면서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도의회가 낸 의견은 신공항이 제대로 추진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의견은 절차상 필요한 것이지만,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견서를 첨부해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가 건의서를 제출하면 정부는 이미 제출된 대구시 의견 등과 함께 검토해 정부·의원 입법 형태로 국회에 상정한다.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 검토 과정이 통상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안에 편입 절차를 마치기 빠듯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한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개정안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공항 이전지를 군위군과 의성군으로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7월30일 군위군에 대구시 편입을 약속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 대구시의회는 6월30일 관할구역 변경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낸 데 이어 대구시는 8월13일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경북도의회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2020.7.30.대구경북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관련 합의문ⓒ군위군
2020년 7월30일 체결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관련 합의문ⓒ군위군

군위 지역 주민들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는 “지난해 7월30일 경북도의원 60명 중 53명이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포함한 공동합의문에 직접 서명했다. 서명할 때는 본인의 이름을 밝히더니, 투표할 때는 무기명 비밀투표에 숨어 손바닥 뒤집듯이 약속을 저버렸다. 경북도의원들의 행동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오직 본인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신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경북도의원들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책임감 없는 결정으로 집행부에 공을 넘긴 경북도의원들은 스스로 자질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북지사가 정부에 편입을 건의하겠다고 표명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경북도의회가 애매한 입장으로 도지사에게 공을 넘기고, 도지사는 다시 무책임하게 정부에 공을 돌리며 군위 군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없이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편입에 대한 군위 군민들의 민심이 적힌 플래카드ⓒ시사저널 심충현​
대구시 편입에 대한 군위 군민들의 민심이 적힌 플래카드ⓒ시사저널 심충현​

김영만 군위군수 “신공항 원점에서 재검토”

김영만 군위군수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구시 편입은 공동후보지를 대구공항 이전 부지로 유치 신청하는 데 전제조건이다. 신공항과 별개로 진행할 수 없다”며 “올해 12월31일까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군위군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군위군 대구 편입 진행 상황에 맞춰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추진한다”며 “편입 절차로 인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 올 연말까지 인내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신공항 이전 부지는 지난해 8월28일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의 공동후보지로 최종 확정됐다. 당시 국방부가 제7회 대구 군공항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선정위)를 열어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 지역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부지로 의결했다. 2016년 대구시가 국방부에 이전 부지 선정 건의서를 제출한 지 4년여 만이었다.

신공항 부지 선정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국방부 선정위의 ‘부적합’ 판정에도 군위군이 단독후보지(군위군 우보면)를 고수하면서 한때 사업이 무산될 위기까지 내몰렸다. 지난해 7월31일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공동후보지로 유치를 신청하는 방안이 마련됐지만, 의성군이 “군위군에 사업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해 또다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김영만 군위군수가 대구시와 경북도 등이 제시한 중재안에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이 모두 서명하면 유치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을 설득하고, 서명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의성군에 주어진 인센티브는 크게 5가지였다. △국방부는 작전성과 지형을 고려하더라도 K-2 군부대 정문과 영내 주거 및 복지, 체육시설을 의성군 중심으로 배치키로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와 관련 종사자 주거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하기로 한다. △또 신선 농산물 수출전문단지와 임대형 스마트팜 산업단지, 한류음식(K푸드) 유기농 복합문화센터 등이 어우러진 농식품산업클러스터를 의성군에 조성키로 한다. △대구∼신공항∼의성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67km의 공항철도와 도청∼의성을 잇는 4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방안도 추가한다. △향후 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관광문화단지(의성랜드)를 조성한다 등이다. 군위군 중재안은 민간공항 터미널과 공무원 연수 시설을 군위에 조성하고, 공항 진입로 건설 방안을 담았다. 향후 군위군을 대구시로 편입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의성군 비안면과 군위군 소보면에 들어설 신공항 부지의 면적은 15.3㎢(약 463만 평)에 달한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공군의 설계 조건을 반영한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해 올해 말 부지 양여 합의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2024년부터 시설공사에 본격 돌입하고, 2028년까지 개항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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