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맹탕 해명’에 논란 증폭…‘고발사주 의혹’ 대선판 삼키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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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 김웅, “기억 안 난다” 해명에 풀리지 않은 핵심 쟁점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으로 떠오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의혹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맹탕’ 해명으로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고발장의 작성 주체와 조작 가능성, 윤 전 총장의 실제 개입 여부와 제보자의 배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김 의원이 이 같은 의혹에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번 논란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발 사주 의혹’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대선판에 지각변동이 일게 될 전망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모르쇠’ 일관하면서도 ‘조작가능성’ 제기…배후 의혹만 증폭

이번 의혹의 첫 번째 핵심 쟁점은 김 의원이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유시민‧최강욱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는지 여부다.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와 직결돼서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원은 “당시 손 검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기억이 난다. ‘대검 안에서 (윤석열) 총장이 외로운 상황이라고 들었다. 너라도 잘 보필하고 힘내라’ 이런 격려 문자를 보낸 적은 있다”면서도 자료 전송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의 주요 근거가 된 텔레그램 캡처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뉴스버스가 제시한)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진위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이번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의 정체와 배후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조작 가능성이 있다면 비판의 화살이 정반대의 주체를 겨눌 수 있어서다. 의혹을 제기한 뉴스버스 측은 제보자와 관련해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밝혔지만,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상시로 해온 사람들이 프레임을 만든 것”이라며 여권을 배후로 지목했다.

김 의원은 당초 언론 인터뷰에서는 “제보자는 조작을 한 경험이 많아서 제가 인연을 끊은 사람”이라거나 “당 사무처 사람으로 윤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모두를 잡으려 하는 것”이라며 특정 캠프의 공작설에 힘을 실었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선 한 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제보자가 특정 캠프 소속이라는 게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언론에 계신 분이 제게 말해준 내용”이라고 답했으며 ‘여권 후보 캠프 소속이냐’는 물음에는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신원이 나오면 자연스레 풀릴 의문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제보자는 공익신고자 신분으로 전환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尹 의혹에 洪도 劉도 흔들린다”…고발사주 의혹, 대선정국 뒤흔드나

김 의원의 이날 기자회견 이후에도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자 정치권 공방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국면이 길어질 경우 야권의 대선 정국 전체를 집어삼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윤 전 총장이 직접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몸담았던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이 현직 재직 시절 많은 지지를 얻었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압박당하는 모습에 동정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라며 “해당 의혹이 부분적으로라도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방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겠지만, 이번 이슈는 쉽게 털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 전 총장의 최근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홍준표 의원의 매서운 추격에 쫓기는 상황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서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논란으로 홍 의원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국민의힘 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의 ‘공정’과 ‘정의’ 이미지가 손상됨에 따라, 야권 전체가 수세에 몰리고 정권교체의 명분을 잃게 될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을 향한 의혹 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 문제는 더이상 윤석열 후보나 김웅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교체와 당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며 “당이 신속하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여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후보 검증단’ 설치 카드를 꺼내들며 대응에 나섰지만, 이번 논란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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