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은 우세한데, 野 후보들은 위태위태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1 14:00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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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유일한 대안’이라 믿었던 윤석열에 대한 불안감 고개…홍준표의 중도 확장성도 고민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그동안 국민의힘 홍준표 캠프가 해왔던 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노회한 홍준표 의원에게 뒤집기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예측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워낙 막말정치·이념보수·여성차별 등을 떠올리게 하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특히 중도층에서의 비호감도가 높은 홍 의원인지라 귀담아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국민의힘도 이제는 30대 당 대표를 선출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야 이긴다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야당이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추석 전후로 골든크로스를 이루겠다”던 홍준표 후보의 장담이 허풍이 아니라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것이 어떤 배경이든 여론조사에서 홍준표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9월3~4일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32.5%로 윤석열 후보(29.1%)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9월3~4일 실시한 범보수권 적합도 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26.3%로 선두인 윤 후보(28.2%)를 바짝 추격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9월3~4일 실시한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홍 후보가 46.4%의 지지율을 얻어 37.7%에 그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8.7%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이들 여론조사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후보는 이 조사 결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제 역선택 운운하는 사람은 없겠지요”라며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장담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9월7일 경기도 화 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역선택 논란

하지만 홍준표의 무서운 상승세를 지켜보는 국민의힘 안팎과 야당 지지층의 반응에서는 당혹감마저 읽힌다. 혹시라도 홍 후보가 윤 후보를 꺾고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면 대선은 필패이고 정권교체는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홍나땡’(홍준표가 나오면 땡큐)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그래서 최근 나타난 홍 후보의 상승세는 민주당 지지층에 의한 역선택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들을 분석해 보면 역선택이 아니라는 홍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구조적인 역선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자신을 보수라고밝힌 응답자 가운데 윤 후보 39.8%, 홍 후보 24.1%를 기록한 반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서는 홍 후보 29.7%, 윤 후보 11.3%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진보층에서 홍준표 지지가 월등하게 나오는 이런 현상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알앤써치 조사에서도 역선택은 뚜렷이 나타난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홍 후보(27.2%)에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홍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 37.4%, 열린민주당 지지층 49.4% 등 여권 성향 지지층에서 지지를 월등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우세 지역인 호남에서는 홍 후보가 42.7%를 기록해 윤 후보(14.9%)를 3배 가까운 격차로 앞섰다.

물론 홍 후보의 상승 원인을 역선택으로만 설명할순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의 직설화법에 대한 MZ세대의 호응, 윤석열 후보에 대한 불안감 등과도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역선택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라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실제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문항을 넣으려다 홍준표·유승민 후보 측의 강한 반발로 분열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역선택 방지 문항은 넣지 않는 대신, 1차 경선에 당원 투표를 20% 반영하고 ‘본선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하는 절충안으로 내홍을 일단 봉합했다.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를 하면 민주당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를 선택하는 적극적 역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6일 서 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고발 사주’ 의혹 논란에 요동치는 제1 야당

그러나 이 방법도 역선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낙 역선택 논란이 언론에 많이 보도돼 이제는 많은 사람이 역선택이 무엇인지 알게 된 상황이라 적극적인 역선택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 어쩔 도리 없이 역선택의 위험을 안고 치러지게 되는 국민의힘 경선이 되었다. 강력한 네거티브를 구사할 홍준표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경선을 치러야 하는 윤석열로서는 안팎의 공격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물론 홍 후보가 자신의 장담대로 골든크로스를 이루며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는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해낼 후보에 대한 전략적 선택은 중도 확장성 면에서 홍준표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윤석열을 향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권교체의 유일한 대안이라 믿었던 윤 후보가 최종후보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당 안팎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마침 불어닥친 ‘고발 사주’ 의혹 논란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생 매체인 ‘뉴스버스’ 보도로 촉발돼 손준성 검사,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등장한 의혹의 전말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의혹에 대한 윤석열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총공세를 펴고 있지만, 아직 문제의 메신저 주고받기와 윤석열의 연관성이 드러난 것은 없다. 혹여 윤석열의 관련성이 드러난다면 치명적인 타격이 따를 것이 명확하고,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진실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사이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장기화된다면 경선을 치르는 그로서는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뉴스버스의 보도나 여당의 공세와는 달리 윤석열 후보가 이 사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오히려 윤 후보에게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의문만 무성한 가운데 윤 후보는 9월8일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신빙성 없는 괴문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정치공작을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정면돌파에 나섰다. 아직은 이 논란의 귀착점이 어느 방향이 될지, 양날의 칼에 다치는 쪽이 누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 여론이 우위인 여론지형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제1 야당은 여러 가지로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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