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내뿜는 아스콘 공장…친환경 사업장 전환 ‘더뎌’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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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조(a)피렌 배출기준 신설…지자체, 유해물질 단속 미온적
환경부, 검단산단 아스콘 공장 11곳에 국비 32억 투입키로

주로 도로를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아스콘’은 아스팔트 콘크리트(Asphalt Concrete)의 줄임말이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아스팔트유)와 골재를 섞어 만든다. 지난해 전국에서 약 2351만5000톤이 생산됐다.

아스콘은 생산과정에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한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2012년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벤조(a)피렌’도 배출된다. 

이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아스콘 공장 주변에서 90명 이상의 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주민 23명이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숨졌고,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연현마을 주민 45명도 암 판정을 받았다.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 주민 18명도 암 진단을 받았고, 의왕경찰서 직원 6명이 암 판정을 받았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월1일부터 특정 대기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을 신설하는 등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 때부터 아스콘 공장의 벤조(a)피렌 배출허용기준이 0.05㎎/m³ 이하로 규정됐다. 또 벤젠은 10㏙에서 6㏙으로, 포름알데히드는 10㏙에서 8㏙으로 강화됐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시설이 없는 아스콘 공장의 규제도 강화됐다. 환경부는 배출저감시설 없이 특정 대기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아스콘 공장에 대해 6개월 이내의 조업정지나 공장허가 취소, 폐쇄 등의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
세종청사에 들어선 환경부 ⓒ시사저널 DB

지자체 단속 ‘뒷짐’…아스콘 공장들 ‘차일피일’

정부의 규제가 강화됐지만, 아스콘 공장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시설 도입에 미온적이다. 아스콘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아스콘 공장 530여 곳 중 특정 대기유해물질 배출방지시설을 갖춘 사업장은 40여 곳에 불과하다”고 털어 놓았다. 아스콘을 생산해 납품하면서 대기오염물질과 발암물질 배출저감시설 도입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스콘 공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소규모 방지시설 설치 지원사업’도 지자체별로 설치 기준과 장비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아스콘 공장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시설 확충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앞서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환경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로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유해물질 측정 시 아스콘 플랜트 정상 가동 여부 체크 등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스콘 공장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대기유해물질 배출저감시설을 설치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제기된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특정 대기유해물질 배출저감시설을 설치한 아스콘 공장에만 발주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아스콘 업계 관계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시설을 설치한 아스콘 공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새로운 수주 기준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아스콘 공장들이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서둘러서 친환경 설비를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 6월8일에 검단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선 아스콘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인천시 서구 제공,
인천시 서구는 지난 6월8일에 검단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선 11곳의 아스콘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인천시 서구 제공

검단산단 아스콘 공장들, 배출저감시설 비용 지원받아

인천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환경부가 올해 6월에 ‘광역단위 대기개선지원 시범사업 대상’으로 검단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 있는 아스콘 공장 11곳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단산단에 들어서 있는 아스콘 공장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시설을 설치할 때, 국비 32억원과 지방비 26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곳 아스콘 공장들은 지원금의 10%만 투자하면 된다.

이들 아스콘 공장은 내년까지 벤조(a)피렌을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줄이는 설비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를 연소시켜 제거하는 시설, 암모니아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수증기로 환원하는 시설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시설을 상황에 맞게 설치할 예정이다. 또 이들 대기오염물질 저감시설에 사물인터넷(IoT) 측정기기를 부착해 3년간 작동기능에 대한 모니터링을 받는다.

이를 위해 아스콘 공장들은 최근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인천시, 서구,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 등과 기술·예산 지원, 악취·대기오염물질 측정 등을 서로 돕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현재 전문가의 기술 컨설팅도 받고 있다.

검단산단의 한 아스콘 공장 관계자는 “그동안 주민들의 민원과 행정단속, 환경과 관련된 규제강화가 걱정이었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검단산단의 아스콘 공장들이 주민들과 상생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단산단 인근 주민들은 아스콘 공장들이 내뿜는 악취와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 해왔다. 특히 서구 오류동 금호마을 주민 600여 명이 2015년부터 검단산단의 악취와 분진 등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서구의회가 지난해 11월 ‘인천시 서구 아스콘 공장 환경단속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서구 관계자는 “아스콘 공장을 대상으로 대기개선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며 “구민들이 발암물질의 공포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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