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광훈 이단 논란 불똥 튄 국내 최대 장로교단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0 09:36
  • 호수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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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총회, 한기총 등 ‘이단 옹호자’ 규정…이후 발행된 회의 결과 및 요람집서 슬그머니 수정해 논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합동)가 지난해 9월 총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일부 안건을 변조한 의혹이 제기돼 내부적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예장합동은 한국 장로교 최대 교단이다. 현재 소속 교회만 1만2000여 곳, 교인은 260만여 명에 이른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9월21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수지에 위치한 새에덴교회에서 105차 총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대표회장이던 전광훈 목사를 사실상 이단으로 규정했다. 전 목사와 관련된 모든 집회에 교류나 참여 자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한기총 역시 이단 옹호 기관으로 교류 자제를 의결했다.

2019년 10월 청와대 앞 도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 목사가 한 발언이 특히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전 목사는 “문재인(대통령)은 벌써 하느님이 폐기처분했다”며 “대한민국은 누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냐.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기분 나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하나님의 보좌를 딱 잡고 있어.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해 신성모독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총회 보고서 변조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의 전경. 원 안은 전광훈 목사ⓒ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 그 후

8개 교단 이단대책회의도 2020년 2월 발표문을 통해 “전 목사의 발언은 반성경적이고, 비신앙적, 비신학적이다”며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전씨로부터 신앙적으로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결의할 것을 각 교단에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전 목사가 이단 논란을 빚은 단체나 교단을 한기총에 잇달아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시사저널이 입수한 예정합동 제105회 총회 보고서에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문제는 두 달 후 발행된 ‘105회 총회 회의 결의 및 요람’에서 이 내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전광훈 목사의 순간적 발언에 이단성이 있지만 이단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한기총과의 교류는 허락하는 것으로 105회 총회 보고서 내용이 바뀌었다.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사퇴했다는 게 이유였다.

당장 교단 내부에서 총회 보고서 변조 논란이 일었다. 기자가 만난 예장합동 목사들은 “총회에서 이미 결의된 사안을 임의적으로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경(전직) 예장합동 총회장은 “어떤 이유라도 총회 결의안을 바꿀 수는 없다”며 “총회 보고서를 정리하는 게 임원회 일인데, 이 임원회가 권한 이상의 일을 하면서 사달이 났다”고 꼬집었다.

예장합동 측은 “필요한 절차를 지킨 만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예장합동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총회는 3일이나 4일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105회 총회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1박2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며 “시간 관계상 잡무를 임원회에 위임한 만큼 내용을 수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총회 이후 임원회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당시 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가 가능했지만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실행위원회를 세 차례나 소집해 안건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총회 보고서 변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소재열 한국교회법연구소장도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절차상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임원회에 권한을 위임한 만큼 법적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단에 소속된 목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회장은 “실행위는 타 교단과의 교류나 우호 단절, 노회의 통폐합과 분립에 관한 일이나 인사 처리에 일절 관여 못 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임원회가 말도 안 되는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형식적으로 실행위를 소집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증경 총회장은 “이단대책위가 총회에서 한기총과 관련된 보고를 했다. 총회 녹취록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면서 “시간이 모자라는 관계로 기타 잡무를 위임한 것인데, 임원회에서 자의적으로 결의 내용을 해석해 수정까지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안건에 문제가 있다 해도 105회 회기에는 고칠 수 없다. 다음 회기에 헌의(안건에 부쳐)를 해서 수정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절차마저도 임원회는 지키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예장합동은 9월13일 하루 일정으로 106회 총회가 예정돼 있다. 때문에 일부 노회장들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누가 보고서 변조를 주도했는지 등을 이번 총회 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변조 논란이 일고 있는 예장합동 105회 총회 보고서와 회의 결의 및 요람

예장합동 측 “필요한 절차 지켰다”

교단 안팎에서는 총회 보고서 변조 논란을 소강석 총회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의 최근 행보와 연결 지어 바라보기도 한다. 소 총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교계 통합에 힘써왔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으로 나눠져 있는 연합기관의 통합을 틈날 때마다 외쳐왔다.

이 과정에서 소 총회장은 한기총 인사와 여러 차례 만나 통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성 한기총 임시대표회장도 최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3월경 소강석 총회장을 두 번 정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기총의 대표(회장)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고 증언한바 있다. 때문에 한기총과의 교류를 허락한 보고서 역시 소 총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교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은 시사저널에 “보고서 변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예장합동 측도 “소강석 총회장이 그동안 교계 통합을 위해 힘써온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교총의 공동 대표회장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면서 “자세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한기총 대표회장을 만나 통합을 논의한 것 역시 한교총 대표회장 자격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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