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아프간 여성들…“우리 전통의상은 ‘니캅’ 아냐”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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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화려한 색상의 아프간 전통의상 입은 사진 이어져
캠페인 촉발한 잘랄리 전 대학교수 “부르카는 아프간 문화와 완전 이질적”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무슬림 의복 착용 압박에 맞서며 SNS에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Dr. Bahar Jalali(바하르 잘랄리 전 아프간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트위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무슬림 의복 착용 압박에 맞서며 SNS에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Dr. Bahar Jalali(바하르 잘랄리 전 아프간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트위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성들에 무슬림 의복을 착용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아프간 여성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화려한 색상의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14일 트위터 등 SNS에서 ‘내 옷에 손대지 말라’(#DoNotTouchMyClothes) 해시태그를 치면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아프간 여성들의 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탈레반의 무슬림 의복 착용 압박을 거부하는 아프간 여성들이 시작한 캠페인이다. 이들은 “아프간 전통의상은 부르카·니캅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프간 현지 여성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사는 아프간인들이 함께 동참하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DoNotTouchMyClothes’ 시위를 통해 아프간의 여성 복식 강제 지침에 반대하고 있다. 바하르 잘랄리 전 아프간 아메리칸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트위터에 화려한 의상을 착용한 사진과 함께 “이것이 아프간 문화다. 나는 아프간 드레스를 입었을 뿐”이라고 글을 올렸다. 

또 잘랄리 전 교수는 검은 부르카 사진을 올리며 “아프간 역사상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 이것은 아프간 문화와 완전히 이질적”이라며 “탈레반이 퍼뜨리는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전통복장을 입은 내 사진을 올린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 이후 많은 여성들이 동참하며 ‘#DoNotTouchMyClothes’ 해시태그와 함께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 CNN은 잘랄리 전 교수의 글이 캠페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이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이와 전혀 반대였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사립대에 다니는 여성들에 ‘아바야’를 입고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아바야는 목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색 통옷이고, 니캅은 머리부터 뒤집어써 눈만 빼놓고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다. 모두 무슬림 여성 복장이다.

최근 탈레반은 ‘부르카’(니캅과 달리 눈 부위도 얇은 천으로 가린 복식)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이는 등 여성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 수도 카불 시내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판에는 검은색을 덧칠해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 사실상 과거 탈레반 집권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탈레반은 1기 집권기(1996년~2001년) 시절 여성 인권을 탄압하면서 여성들의 교육·취업 기회를 빼앗았고, 외출 시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9월1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학교 소속 여대생들이 검은색 부르카·니캅 차림으로 탈레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9월1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학교 소속 여대생들이 검은색 부르카·니캅 차림으로 탈레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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