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소진증후군 벗어나는 슬기로운 해결법 5가지
  •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30 07:3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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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가벼운 우울감과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부터 심한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리적·정신적 증상인 불안·스트레스·무기력·좌절·고립감 및 심리적·정서적 감정 변화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블루’라는 표현 자체는 일시적이며 우울이라는 단일 증상을 의미하며, 심한 우울 증상은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증상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과 질환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심화될 경우,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돼 이른바 ‘소진증후군’에 빠진다. ‘소진증후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이나 냉소적 반응, 실패감, 불만과 무능, 과로 등으로 의욕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현실적인 것을 모두 포기하고, 탈출하고자 하는 극단적 방법을 찾는 등 심각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국민이 84.5%, 우울감을 느낀 사람은 41.1%,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도 40.6%에 달했다. 이런 결과만 보더라도 코로나19가 실제로 국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국민도 이러한데 코로나19 감염자, 사망자 가족, 의료진 등은 더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감염자라는 이유로 은근한 차별을 받기도 하고,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필자의 한 젊은 환자는 할아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가 할머니에게 전염시킨 후 할머니가 사망하고 잇따라 할아버지가 사망하는 황당한 일을 겪고 난 다음 우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겪게 된 딱한 사정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한편 최근엔 의료진의 소진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의료 현장을 견디다 못해 떠나는 의료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해야 하기에 제대로 간호할 수 없다” 또는 “매일 소진될 만큼 일을 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 간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두고 떠나가는 간호사가 이미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만 7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의료 시스템 붕괴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정신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겪게 된 정신 증상은 경제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서서히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파생된 여러 정신적 문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 등 사회적 활동의 감소로 인한 우울·불안·소외·차별 등의 증상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템플 스테이도 회복 탄력성 높이는 한 방법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의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가 사람과의 만남과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 즉,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그리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행복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 2가지를 모두 빼앗아간 형국이기에, 어쩌면 많은 국민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코로나19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지나가게 될 이 상황을 지금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첫째, 재택근무로 집에서의 생활이 많아졌지만, 집에서도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생활이 불규칙해지거나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계속된다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일부 호르몬들은 일중 주기가 있는데, 이런 호르몬들이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주기에 방해를 받으면 신체는 외부 자극에 취약하게 되어 조그마한 자극에도 몸이 힘들어지고, 정신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둘째,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회복 탄력성은 외부의 심한 스트레스나 질병, 고통, 고난을 이겨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각 개인의 회복 탄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수면, 정기적인 운동, 긍정적 사고 등이 있다. 특히 운동을 하면 근육의 힘이 세지듯이 뇌도 자극하게 되어 피질이 두꺼워져 뇌의 힘과 마음의 근육이 발달하고, 신경세포 생성과 관련 있는 뇌신경보호인자(BDNF)를 분비해 뇌의 퇴화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팀이 템플 스테이(Temple stay)가 회복 탄력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한 바 있는데, 템플 스테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감소시키고, 뇌의 신경 연결성을 강화시키며, 강화된 신경 연결 정도는 회복 탄력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템플 스테이는 휴식·명상·운동·음식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향후 한국 고유의 회복 탄력성 증가 방법으로 큰 역할이 기대된다.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 마음가짐 중요 

셋째,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긴장 이완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이나 카페인이 있는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복식호흡·요가·스트레칭 등이 필요하다. 복식호흡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긴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넷째, 마음가짐이다. 우리가 평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이며, 이러한 마음가짐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나 긍정적인 태도는 뇌를 건강하게 만들며,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몸과 마음을 건전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늘어난 ‘혼자 있는 시간’을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활력을 찾고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인간은 외부 세계와의 소통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스스로와의 소통을 통해 자아를 성숙시키고 자신에게 진심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식보다 훨씬 크고 방대한 자신 내부의 무의식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그간 외부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자신의 무의식을 회피해 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너무나 큰 고통과 트라우마와 대면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독서 등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정립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기를 써보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외부적 기준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은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획일적인 사회적 가치보다는 각자 개인의 가치와 철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내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동안 너무 외부로만 향했던 정신 에너지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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