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앞두고 독해진 입…의혹 앞에 ‘원팀’ 무너지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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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경선 공방 치열해지면서 모호해진 與野 경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9월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9월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빅매치를 앞둔 여야 대선 경선 후보들의 '독설' 수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당 안팎을 막론한 설전이 이어지면서 원팀 구호도 무색해지는 양상이다. 경선이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입의 전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위 높은 발언이 앞다퉈 나오면서 후보 및 캠프의 메시지 관리·완급 조절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명·낙 대전'에 추미애 가세…정점 치닫는 갈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신경전도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대치 전선을 형성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 갈등에 '원팀' 협약도 무색해지게 됐다. 

일단 이낙연 캠프 측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의혹에 휩싸인 이 지사를 '불안한 후보'로 규정하며 호남 민심을 비롯한 지지층을 자극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국정조사 실시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캠프 내에서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김영웅 캠프 대변인은 "공당의 후보로서 이런 부분들(의혹들)은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자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 지사 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이 전 대표 측 공세에도 즉각 반격하며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캠프를 통해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이 지사는 직접 전면에 나서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박 발언' 논란도 점화됐다. 

이 지사는 대장동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집단학살범죄 이상" "중범죄"라는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 이익 규모를 언급한 이 전 대표를 향해서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예상 개발이익을 두 배 이상 만든 당사자"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또 최근 당내 특정 인사들을 향해 "제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발언이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은 '수박'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이는 5·18 당시 시민군을 비하하는 의도로 극우성향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단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9월8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9월8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측의 대치가 격화하면서 대선 후보 간 갈등 구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 지사 엄호에 나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대표 측이 야당의 물타기에 협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추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을 '검·언·정(검찰·언론·야당) 카르텔'의 프레임 전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언·정은 조국 죽이기를 조국 사태로 명명하고, 장관에 대한 항명을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이라는 식으로 프레임 전환을 해왔다"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박지원 게이트라고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고 최근엔 대장동 의혹 사건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 캠프가 야당의 이같은 프레임 전환을 도와주는 꼴이 됐다고 성토했다. 

후보들은 여권 텃밭인 호남 순회경선 투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오면서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통적 지지층이 강한 지역인데다 대장동 의혹과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이슈가 함께 반영된 투표여서다. 이틀간 진행된 광주·전남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40.29%, 전북 1일차 투표율은 24.34%로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이 지사 측은 호남 지역의 낮은 투표율은 결국 이 전 대표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의혹으로 지지층이 이탈한 데 따른 투표율 하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대장동 의혹' 판 키우지만…속내 복잡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이 동시에 대선판을 뒤흔들면서 2차 컷오프를 앞둔 야당 후보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세에 몰렸던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띄우며 여당 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지사 압박을 본격화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양당 소속의원 107명(국민의힘 104명, 국민의당 3명) 전원이 발의자·요구자로 참여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특검 도입 법안과 국조 요구서를 제출했다. 

윤 전 총장도 직접 청와대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전선 확장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니다. 당 차원의 대응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야당 내 후보들 속내는 복잡하다. 대장동 의혹에 가려져 고발 사주 의혹이 힘을 못 받게 될 경우 윤 전 총장을 향한 견제구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내놓은 군필자 청약가산 공약이 자신의 것과 일치한다며 "복붙 공약, 부부가 모두 표절"이라는 뼈 있는 공격을 날리며 흔들기에 나섰다. 

이 지사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토를 쏟아내고 있는 윤 전 총장은 '문준용 특혜설'에 불을 지피다 한 발 물러서기도 하는 등 메시지에 혼선을 겪기도 했다. 김인규 캠프 부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준용씨가 지난해 강원도 양구군청으로부터 7000만원 상당의 예술인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세계적 예술인이 맞다면 도대체 왜 혈세로만 지원을 받는가"라고 공개 저격했다. 

하지만 이후 문준용씨가 직접 반박에 나서고 야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비판'이라는 반응이 나오자 "캠프 공식 입장과 이견이 있는 논평"이라며 하루 만에 철회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 스스로가 각종 설화에 휩싸여 왔던 것에 더해 캠프 인사들까지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여러번 노출되면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수홍'으로 선두권 경쟁에서 위기를 맞은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병역'과 '가족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태세 전환에 돌입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병역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분들이 국방정책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과연 군인들이 납득할까"라며 병역 면제를 받은 윤 전 총장의 군필자 공약에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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