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시험나선 北…유화 제스처 직후 ‘미사일 발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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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김여정 유화적 담화 나온 지 사흘 만
‘도발로 규정 말라’던 北, 정부 반응 읽으려는 의도 깔렸을 수도
9월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내륙서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9월2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내륙서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유화적인 담화가 나온 지 사흘 만인 28일 오전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북대화 재개 및 정상회담 개최 관련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반응을 재확인하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우리 군은 오늘 6시40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한 무력 시위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5일 이후 불과 13일 만이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고도도 지난 15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60㎞)의 절반 정도로 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비행거리와 고도가 '초대형 방사포'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제원과 비행거리, 속도, 고도 등은 기존에 알려졌던 북한 미사일과 다른 비행 특성을 보여 정밀하게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정부는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거스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 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북한의 발사체를 '미사일'로 규정하고 "이번 발사가 미국 인력이나 영토,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고 발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유화적 반응을 보인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지 사흘 만이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한 발 다가서면서도 적대적 대응부터 거둬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과 25일 잇달아 관계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는 담화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향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반응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의중까지 한번에 확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이같은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에 접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종전선언 제안 이후 북한이 잇단 담화를 통해 긍정적인 기류를 보이다가 돌연 다시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데 대한 정확한 배경과 의도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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