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1000배 특혜가 이재명식 공공개발?
  •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2 10:00
  • 호수 166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사한 시기 설립된 ‘성남의뜰’과 ‘의왕백운PFV’의 차이
이재명 후보에게 쏠리는 의혹의 시선도 커져

‘대장동 개발이 특혜인가, 아닌가? 또 공작인가, 실수인가?’에 대한 날 선 공방은 정치적 관점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대개 민간과 공공의 합작이다. 민간은 자금과 경험을 투자하고 공공은 인허가와 유권해석 등 행·재정을 투입해 결과물을 산출한다.

필자는 국내 최초로 도시개발법 제정 건의, 법률(안) 작성, 그리고 실제 사업과 제도개선에도 참여했다. 공공 주도 택지개발촉진법의 폐단을 없애고, 민간의 도시개발법도 병행해야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택협회 등의 건의가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완화라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받아들여졌다. 이 법제화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것이 공익성, 즉 특혜 여부였다. 2004년 전경련 발의로 출발한 기업도시 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도 특혜성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남시 대장동 관련 논란은 개발 과정에 참여한 다수가 행정가든 사업가든 특혜에 대한 경계심 없이 탐욕의 아수라로 돌진한 결과다. 다음의 비교를 통해 민간에 1000배 특혜를 준 이재명식 공공개발이 건강했는가를 진단하고자 한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왼쪽)과 의왕시 백운밸리는 비슷한 시기에 개발이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시사저널 박정훈·의왕백운PFV 홈페이지

중요 의사결정에 대형 출자자 참여 제한

우선 100% 민간형 도시개발사업(환지 방식)과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수용·사용 방식)을 비교해 보자. 전자는 과거의 토지구획정리 방식이고, 후자는 택지개발촉진법의 공영개발 방식과 같다. 후자는 전자보다 훨씬 더 공익성이 강하다. 왜냐하면 공공의 재원과 행정력이 전자보다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주장하는 5000여억원의 공공 환수는 대부분 전자에서 부담하는 내용과 규모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관 합동 법인인 ‘성남의뜰’에서 특정 민간 집단이 수천억원씩 이익을 취한 것은 주택단지 공영개발로 위장된 특혜다. 특혜가 문제시되는 것은 특정 민간 집단과 행정기관 사이에 부패 고리 형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유사한 시기에 설립한 ‘성남의뜰’과 ‘의왕백운PFV(의왕백운프로젝트금융투자)’다. 후자는 전체 주주가 참여하는 구조지만, 전자는 주주를 보통주와 우선주로 나눠 중요한 의사결정에 공공과 대형 출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했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 일부 비리가 드러나 대주주인 의왕도시공사의 고발로 감사원 조사를 받았지만, 전자는 처음부터 그러한 제동장치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이게 ‘성남의뜰’ 설계자를 자처하는 이 후보에게 의심의 눈총을 겨누는 이유다.

번째는 ‘성남의뜰’과 다른 민관 합동 법인의 민간사업자 공모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 지자체의 사례처럼 참여 자격에 신설 법인이나 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은 참여할 수 없도록 공모지침을 규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에서는 공모 일주일 전에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의 ㈜화천대유자산관리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것이 과연 성남시 최고 의사결정자인 시장의 허락 없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네 번째는 ‘성남의뜰’과 다른 도시개발사업 방식이다. 특이하게도 전자는 성남시 고시 제2015-103호에 ‘결합’ 도시개발구역으로 되어 있다. 대장동 수익의 일부를 제1공단의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 확보에 쓰겠다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대장동 사업 수익에 대한 공공 목적용 개발이익 환수 장치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수익이 난다는 방증도 된다. 그러므로 리스크 감수 조건으로 민간 수익을 보장했다는 해명은 정당성이 떨어진다.

다른 사업지구와는 달리, (주)화천대유자산관리에 초기 위험에 대한 반대급부로 5개 블록의 사업권을 줘서 약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배당금 외에도 4500억원에 이르는 추가 분양이익을 갖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초과이익을 성남시가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보장하고 공공이익에는 제한을 뒀다는 것은 무늬만 공공개발이라는 지적이다.

위 다섯 가지 비교만 보더라도 대장동 사업은 의혹과 특혜의 전당이다. 담당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이 설계(안)를 밀어붙인 유동규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을 이 지사가 임명하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전시켰다는 점과 ‘화천대유’ 이사나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 이 지사 측근의 보좌관이라는 언론보도를 볼 때, 단순한 행정상 오류라고 일축하기 어렵다. 더구나 관련된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예우나 퇴직자 성과급이 일반 상식과 업계 통념을 뛰어넘는 것까지 참작한다면 공작의 냄새가 짙다.

부동산 개발사업 용도 변경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장치로 ‘공공기여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특히 토지공개념과 불로소득 제로화를 주장하며,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주의적 정책을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가 ‘공공기여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를 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성남시가 거둔 공공이익을 시민 배당금 등으로 나눠준다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이재명 후보 개인의 표심을 노린 ‘표(票)’퓰리즘 아닌가 한다.

공공기여인가, 표심 노린 ‘표(票)’퓰리즘인가

도시개발사업은 공익과 사익의 균형이 관건인데, 그 핵심은 재원이다. 재원이 풍부한 지자체의 경우 모든 사업을 공공 주도로 하면 되겠지만, 적정한 사익 보장을 조건으로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게 된다. 또한 공익에는 기반시설 확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업 참여자 모두에게 합리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 참여자로는 시행자인 ‘성남의뜰’ 외에 원주민, 입주자, 생활 SOC 사업자, 주거 서비스 관련자 및 인근 주민까지도 포함된다. 대장동 비리 의혹이 세간의 주목과 검찰 수사까지 받는 이유는 공권력으로 원주민한테는 싼값에 토지를 구매하고, 내 집 마련 가구에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도 안 받는 비싼 집값을 떠넘겨 약 1조원의 이익을 남겼으며, 상가 등 필수 생활 SOC 사업자의 손해를 포함해 인근 주민들에게는 교통지옥과 경관 파괴 등 환경 훼손 등의 피해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방역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처지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서는 살아나갈 희망을 빼앗을 뿐 아니라,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잡, 스리잡도 서슴지 않는 서민의 마음을 갈가리 찢는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의혹을 말끔히 씻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