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대론의 한계: 세습 불평등 사회를 넘어
  •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1 17:0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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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세대론이 뜨거운 이슈다. 20대, 30대는 흔히 ‘MZ세대’라 불리는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돌풍을 일으켰다. 홍준표의 지지율 상승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에 평론가들은 ‘20대 보수화’를 말한다. 특히 ‘이대남’ 현상이 부각됐다. 천관율 기자와 정한울 박사의 《20대 남자》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뚜렷하다. 정말 20대 남자는 보수화된 것일까?

학계에서도 세대론이 중요한 쟁점이다. 이철성 서강대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한국의 불평등을 계급 대신 세대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386세대’가 정당, 기업, 노동조합의 권력을 장악하자 불평등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불평등사회가 586에게》라는 KBS 프로그램을 보면, 청년 응답자 79.7%가 “586세대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라고 응답했다. 정말 50대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일까?

ⓒKBS 제공
ⓒKBS 제공

세대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1950년대 사회학자 칼 만하임에 의해 제시됐다. 한국에서도 2007년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 이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만하임이 말한 대로 인구통계의 연령 효과와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가진 세대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현재 20대를 50대와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세대 내부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세대에서도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하며, 소득 계층별, 성별에 따라 의견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세대론은 단순한 지역 구분으로 지역 내부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이런 관점은 성급하게 세대 불평등과 세대 갈등을 강조한다. 그러나 ‘20대, 50대 세대 불평등’은 허구에 불과하고, 세대 갈등은 만들어진 현실에 가깝다.

김창환 캔자스대학 교수는 2020년 논문 ‘한국사회학’에서 이철성 교수가 가계동향 조사를 통해 가구 단위 소득을 분석한 세대 불평등론의 오류를 지적했다. 20대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가구주가 되는 비율이 40% 수준이기에 20대 가구주만 분석하면 청년층 소득이 과소 추정되고, 부모와 동거하는 50대 가구주의 소득은 과대 계상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20대와 50대의 소득 격차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오히려 세대 불평등은 청년 소득의 감소가 아니라 저소득 노인 인구의 증가에 의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세대 갈등이 조작되면서 계층 갈등이 은폐된다는 점이다. 조국 법무장관 딸과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논란에서 나타나듯이 20대는 공정에 민감하다. 조귀동씨의 《세습 중산층 사회》가 보여주듯이, 20대는 부모 재산과 사회적 지위와 함께 인맥도 세습되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20대의 반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불평등으로 인한 20대의 고통과 세습 사회의 적폐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참지 못한 20대는 민주당의 위선과 무능을 심판했다. 그러나 20대 가운데 여전히 정부의 시장 개입과 복지 증세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 이런 점에서 20대 보수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수도권과 대도시의 20대는 지속적으로 진보적 공약을 내세운 정당을 지지했다. 지역주의 정당으로 갈라진 전국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했다. 다시 20대가 선거의 균형추를 흔들고 있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으로 세습 불평등에 대한 청년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후보는 20대의 고통과 눈물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취업 무한경쟁, 저임금 비정규직 증가, 부동산 폭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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