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운 기업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9.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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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장애인고용부담금 1311억원 1위…LG 400억원 2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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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비율이 2%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매년 6000억원대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이하 부담금)을 내고 있다.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33개 대기업집단의 평균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비율이 2.38%로 전체 대기업집단 중 4곳만 고용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는 상시 5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민간기업은 상시노동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1.96%)와 삼성(1.93%), 한화(1.91%), 하림(1.82%), 두산(1.42%) 등 주요 대기업집단은 장애인 고용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우건설(0.84%), 대림(0.8%), 한국투자금융(0.72%) 등은 고용률이 0%대에 머물렀다. 평균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3.1% 이상인 대기업은 롯데, 현대백화점,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등이 전부였다.

대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및 고용부담금’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장애인 의무고용 불이행 명단 공표 대상 민간기업에 부과된 부담금 총액은 6142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납부한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지난해 214억원을 비롯해 최근 5년간 총 748억원을 냈다. 2위는 대한항공(273억원), 3위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216억원)였고, KB국민은행(202억원)과 SK하이닉스(201억9100만원)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이어 하나은행(191억원), LG전자(183억원), 우리은행(180억원), 신한은행(171억원), 홈플러스(16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가운데 삼성의 부담금 규모가 가장 컸다. 계열사 11곳에서 1311억원을 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LG그룹이었다. 6개 계열사가 5년간 400억원을 부담했다. 주력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이 전체 부담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와 ADT캡스, SK에코플랜트, SK텔레콤, SK(주), SK네트웍스 등 6개 계열사가 5년간 부담금 344억원을 납부했다. 다만 SK그룹은 빠른 속도로 장애인 고용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5년 동안 한 번도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모비스(86억원)와 현대엔지니어링(57억원), 현대건설(53억원) 등 5개 계열사에서 5년간 부담금 246억원을 냈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에서만 각각 15억원과 10억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향후 기업들의 부담금 납부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1인당 부담기초액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1인당 부담기초액은 지난해 107만8000원에서 올해 109만4000원으로 1만6000원 올랐다.

송옥주 의원은 “여전히 장애인 고용보다는 부담금 납부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며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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