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사이트] 인천 수돗물 ‘ISO 인증’ 획득…“식품 수준으로 위생적”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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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으로 수돗물 대란 겪고 ‘와신상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고품질 수돗물 공급”

인천시는 ‘수돗물 대란’을 두 번이나 겪었다. 2019년에 인천 북부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와 26만1000가구가 피해를 봤고, 2020년에도 234가구가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인천시는 약 318억원을 투입해 수돗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이를 통해 국제표준화기구 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 22000’이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이는 인천시의 수돗물이 식품 수준으로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관리될 뿐 아니라 엄격하게 생산‧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수돗물로 곤욕을 치른 인천시가 ‘와신상담’한 셈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돗물 대란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인천시민들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청사에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인증 획득’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청사에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인증 획득’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인천시 제공.

‘인재’로 드러난 수돗물 대란 

2019년 5월30일 오후1시30분쯤 인천시 서구 검암·당하동 일대의 가정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에 접수됐다. 이는 6월2일 중구 영종지역으로 번졌고, 6월13일에 강화지역으로 확산됐다. 이들 지역은 공촌정수장이 관할하는 급수구역이었다. 

앞서 공촌정수장은 5월30일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공촌정수장에 원수(인공 처리되기 전 자연 그대로의 물)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 점검 때문이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를 막기 위해 팔당취수장과 수산정수장을 거쳐 공촌정수장에 원수가 공급되도록 물길을 바꾸는 ‘수계작업’을 실시했다. 물길은 역방향으로 변경됐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수계작업 후 관망 녹물이나 물때 등의 이물질 배출 여부를 이토밸브(물을 빼내는 시설)나 소화전을 통해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관망에 부착된 침전물들이 급수구역에 고스란히 공급됐다. 

수계전환 30분 만에 공촌정수장의 탁도는 최대 0.24NTU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 0.07NTU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공촌정수장 탁도계는 수돗물의 탁도가 0.12NTU 이상일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탁도기를 ‘보수’ 모드로 전환했다. 또 수질검사 일지에 탁도 수치를 0.06NTU로 조작했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은 정부 조사에서 ‘탁도기가 고장났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원인조사반은 2019년 6월18일 붉은 수돗물 사태를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이 무리하게 수계전환을 하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밝혔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서구와 중구 등의 지역에서 26만1000가구(63만5000명)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시는 가구당 평균 13만원을 보상하는 등 총 331억원을 사용했다. 또 피해지역에 대해 3개월 치 상하수도 요금(269억원)을 면제했다.

2020년 7월1일 서구 왕길동의 한 가정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다는 신고는 250여건에 달했다.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시가 구성한 정밀조사단은 정수장의 활성탄지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합동정밀조사단은 정수장 창문을 열거나 사람이 드나들 때 깔따구 성충 유입이 가능하고, 활성탄지는 세척 주기가 길어 유충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실제 수돗물 유충 피해를 입은 234가구에 정수기, 수도꼭지 필터교체비 등의 명목으로 2128만 원을 지급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8일 열린 ‘인천상수도사업본부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인증서 전달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이 8일 열린 ‘인천상수도사업본부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국제인증서 전달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수돗물 신뢰 회복프로젝트’ 추진 

인천시는 두 차례의 수돗물 대란을 겪은 후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9월8일 영국왕립표준협회(BSI)로부터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국제표준화기구(ISO) 22000 인증’을 획득했다. 정수시설이 ISO 22000을 획득한 것은 전국 6대 광역시 중 최초다.  

ISO 22000을 획득한 대상은 공촌‧부평‧수산‧남동정수장이 정수를 생산해 공급하는 전체과정과 미추홀참물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ISO 22000은 ISO가 개발한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이다. 식품 원재료가 제품으로 유통될 때,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표준 규격이다. 이는 인천시가 수돗물을 식품 수준으로 위생적으로 생산하고 엄격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인증받은 셈이다.

인천시는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수장들의 시설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총 317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공촌‧부평‧수산‧남동정수장의 유충 차단 장치를 마련하고 활성탄지를 개량하기로 했다. 또 출입문도 이중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가 올해 4월에 발표한 전국 정수장 위생관리 실태점검에서 인천지역의 정수장은 깔다구 유충이 발견되지 않는 등 유충차단 및 정수처리 공정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정수처리 공정과 관리실태 영역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앞으로도 수돗물 수질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던 410.9㎞의 노후관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수질 취약관인 73㎞ 구간에 대해서는 주기적 관로 세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돗물이 공급되는 모든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원격검침과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가 순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돗물 때문에 크게 혼나긴 했지만, 결국 잘못된 점을 고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소 시민들게 위안을 드린 것 같다”며“ 시민들께서 안심하시고 수돗물 사용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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