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회 인물] 벌써 2년, ‘삼중고’ 버티는 코로나 전사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8 10: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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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확진자, 부족한 중환자실, 떠나는 의료진으로 어려움 가중…“사명감 말고는 설명할 길 없네요”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인물’은 ‘MZ세대’였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한다. 분야별 올해의 인물도 역시 MZ세대가 관통했다. 올해의 정치 인물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 인물에 선정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50대로 MZ세대는 아니지만 기존 재벌가 총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젊은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IT·의과학 인물의 가상인간 로지(22세 여성), 연예 인물의 BTS, 스포츠 인물의 김연경 또한 MZ세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타들이다. 이 밖에 사회 인물은 코로나 의료진, 문화 인물은 《오징어게임》, 국제 인물은 일론 머스크가 각각 선정됐다.

매년 송년호에서 발표되는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은 세 번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먼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지난 한 해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또는 사건·현상 등)을 추천한다.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만든 후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다시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날씨가 한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 의료진은 2년 내내 여름 속에 살고 있다. 일할 때마다 바깥 기온과 상관없이 온몸이 매번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다. 보호복과 마스크, 장갑, 신발 등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일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진 속에서 계절감은 느낄 수 없다.

“보호구를 입고 진료하는 느낌을 설명하자면, 비를 맞고 급히 뛰어서 탄 만원 지하철 안에서 부대끼는 느낌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서울 공공병원의 한 30대 남성 간호사가 지난 9월 시사저널에 한 말이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환자가 급증해서다. 당초 500명만 넘어도 위기 상황이라고 했는데 12월18일에는 1000명을 넘고야 말았다.

ⓒ서울대병원 이강용 간호사 제공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 90% 육박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수는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12월21일 기준 중환자 병상은 전국 1337개 중 1059개가 사용되고 있다. 가동률이 79.2%다. 서울, 인천, 경기 등 환자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가동률이 85.7%로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세종과 경북에는 비어있는 중환자 병상이 아예 없다. 급기야 정부는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코로나 중환자를 격리 해제하고 일반 병상으로 옮기라’는 특단의 지침까지 내린 상황이다.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업무가 쌓이는 곳은 응급실이다. 응급실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확진자까지 늘면서 ‘환자 적체’가 빚어지고 있다. 응급실 간호사의 업무는 한 사람이 다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많다. 우선 환자가 호흡곤란을 일으키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도 해야 한다. 각종 항생제를 투약하려면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 와중에 산소를 계속 조절해 줘야 한다. 혈압이 떨어지면 승압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후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격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격리 대상은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자리가 없어 응급실 내 음압격리실에 머무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몰리고 있지만, 일반 환자가 그만큼 줄어든 건 아니다. 아기와 노약자는 물론 술에 취해 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응급실을 찾아온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쉽게 넘길 수 없다. 내상이나 뇌출혈 발생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강용 간호사(왼쪽 아래)와 그가 직접 찍은 서울대병원 응급실 모습ⓒ서울대병원 이강용 간호사 제공

호흡 관찰, 혈액·심전도 검사, 엑스레이…쉴 틈 없는 응급실

서울 대형 공공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수간호사 A씨와의 통화는 3분도 안 돼 끊겼다. 그마저도 정확한 통화시간을 미리 정해 놓고 걸어야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A씨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있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환자가 응급실에 방치되는 상황”이라며 “응급실 간호사들은 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중환자실이 부족한 마당에 보건소에서 시신을 빨리 수습하지도 않으니 응급실 업무가 너무 과중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이강용씨는 2022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결혼 준비는커녕 당장 이번 연말도 업무로 빡빡한 실정이다. 이강용씨는 “지난 11월초 거리 두기 완화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할 때부터 이미 많게는 동시에 확진자 7명까지 간호하고 있다”며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병마와의 사투에 지친 의료진은 하나둘 옷을 벗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에선 2021년 들어 퇴사한 의사·간호사가 200명을 넘는다. 2020년만 해도 100여 명이 떠났다. 의료계 일각에선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11월11일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파업은 정부와의 잠정 합의로 철회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2월21일 성명을 통해 “사람 중심이라는 정부에서 병상과 인력 확충을 하지 않아 생명이 사망했으니 배신감은 더 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망자 숫자가 적다고 자랑삼아 얘기한다”며 “살릴 수도 있었던 생명을 죽도록 방치한 것은 범죄에 해당하지 자랑거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막는 최전선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 덕분이다. 이강용씨는 “코로나 시국이 계속된 2년 동안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그만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우리들끼리도 서로 어리석다고 놀리지만 그래도 일한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물으니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사명감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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