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제 인물] ‘신세계 유니버스’ 승부수 던진 용진이 형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7 14:0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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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와 유튜브 통해 재계 소통 경영 1인자로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인물’은 ‘MZ세대’였다. MZ세대는 1980~199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0년대 초 사이 태어난 X세대를 통칭한 세대를 의미한다. 분야별 올해의 인물도 역시 MZ세대가 관통했다. 올해의 정치 인물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경제 인물에 선정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50대로 MZ세대는 아니지만 기존 재벌가 총수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젊은 소통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IT·의과학 인물의 가상인간 로지(22세 여성), 연예 인물의 BTS, 스포츠 인물의 김연경 또한 MZ세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타들이다. 이 밖에 사회 인물은 코로나 의료진, 문화 인물은 《오징어게임》, 국제 인물은 일론 머스크가 각각 선정됐다.

매년 송년호에서 발표되는 시사저널 올해의 인물은 세 번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먼저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이 지난 한 해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또는 사건·현상 등)을 추천한다. 기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만든 후 시사저널 홈페이지를 방문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다시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은둔의 경영자들을 밀어낸 ‘소통 경영의 1인자’. 유튜브 광고부터 개인 SNS까지 수백만의 조회 수와 수십만의 팔로워를 이끌고 다니는 ‘재계 셀럽’.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소통하는 ‘용진이 형’이자, 직접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 공개적으로 답변하는 ‘공답 요정’이기도 한 그.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 신세계를 이끄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이 수식어들로 ‘재계의 인싸’임을 증명하고 있는 그가 2021년 올해의 경제 인물로 선정됐다.

시사저널 올해의 경제 인물에 실제 인물이 선정된 것은 3년 만이다. 2019년에는 ‘불매운동’, 2020년에는 ‘동학개미’가 경제 인물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의 경제 인물=정용진’이라는 공식은 2021년 본격적으로 확장된 신세계그룹의 영역과 정 부회장의 소통 경영 방식이 시너지를 내면서 만들어졌다. 정 부회장에게 2021년은 ‘반드시 이기는 한 해(2021년 신년사)’를 만들기 위한 시도의 배경이었고, ‘모든 길은 신세계로 통한다’는 일명 ‘신세계 유니버스’ 철학을 실천에 옮긴 한 해였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공격적 인수·합병 통해 디지털 체질 갖춰

특히 2021년 신세계의 SSG 랜더스 창단은 먹고, 자고, 보고, 사고, 즐기는 신세계 유니버스의 플랫폼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야구단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도 기능하는데, 야구단 창단 100일을 기념한 이마트의 ‘랜더스데이’ 이벤트, 홈런타자들의 타선에서 이름을 따와 이마트24에서 출시한 ‘최신맥주’ 등이 그 예다. 최근에는 SSG카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홈경기 티켓 할인 서비스, MD상품 이벤트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협업들은 야구단에 대한 ‘구단주’의 애정에서 출발한다. 정 부회장은 직접 유니폼을 입고 SNS에 사진을 게재하고, ‘용진이형 상’을 만들어 한우를 선물하며 야구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의 영향력은 또다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채널이 된다. 올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신세계는 SSG랜더스필드에 스타벅스를 입점시켰고, ‘랜더스벅’ 등 SSG 랜더스와 스타벅스를 접목한 굿즈를 내놓았다. 선수들은 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세리머니’를 한다. 여기에 비대면 시대에 맞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동영상 콘텐츠를 통한 마케팅을 통해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2021년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체화한 움직임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있는 상황. 신세계는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초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을 품에 안았고, 시장에 나온 ‘대어’ 이베이코리아도 놓치지 않았다. 이미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쿠팡 등 ‘온라인 쇼핑 강자’에 밀려 있던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만들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실행했다.

2020년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약 4조원,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더하면 거래액 24조원, 점유율 15%로 올라 업계 2위인 쿠팡을 넘어서게 된다.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270만 유료 고객과 30만 셀러를 통해 이커머스 업계의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인수에 따른 성과라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으로 쌓아온 물류 역량을 접목해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저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로써 신세계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 아니라 SSG닷컴, 이베이에 이르는 온라인 플랫폼을 갖추면서 디지털 체질 역시 갖추게 됐고, SSG 랜더스를 통해 다방면으로 고객과 만나는 접점까지 수립했다는 평가다.

이렇게 구축된 신세계 유니버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 중 하나는 SNS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뿐 아니라 계열사 상품들을 SNS에 업로드해 홍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야구단에 대한 열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SSG 랜더스의 연착륙에도 큰 공을 세웠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경계 없는 소통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밈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촉발해 누리꾼들의 원성을 샀고, 최근에는 정치적 발언을 금기시해온 재벌가의 불문율을 깨뜨리기라도 하듯 ‘공산당’ 발언을 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뒤섞이지만, 온라인상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막대한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공유한 제품들은 완판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스로 SNS를 통한 마케터 역할을 자처하는 정 부회장의 활동 영역은 계속 넓어지는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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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제이릴라의 행보도 공식화

최근에는 정 부회장의 ‘부캐’인 제이릴라가 SNS를 통해 신세계의 상징으로 도약하고 있다.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의 영어 이름 알파벳인 J를 따서 이름 지어진 고릴라 캐릭터다. SSG 랜더스 창단 이후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캐릭터를 육성해 왔는데, 지난 11월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라는 이름의 베이커리 매장을 선보이면서 제이릴라의 이름으로 첫 사업을 추진했다. 제이릴라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정 부회장과 나란히 서서 촬영한 포스터를 올리고, 정 부회장도 “고릴라가 빵집을 연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며 직접 SNS를 통한 홍보에 나서는 등 제이릴라의 행보는 공식화됐다. 신세계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캐릭터의 특성을 백분 활용해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 부회장은 신세계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지난 9월에는 추석을 앞두고 정 부회장이 선별한 이마트 PB 상품을 담은 ‘YJ박스’를 기획상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담은 제품 출시를 앞두고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현재 이마트는 숙박, 광고, 식품 등에 넣을 ‘YONGENIUS(용지니어스·용진+지니어스)라는 상표권을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의 DNA를 심은, 혹은 정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다른 브랜드가 출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신세계 유니버스 속, 정 부회장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그를 지켜보는 팔로워는 72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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