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생존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1.12.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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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감금된 듯한 고통…3부자 함께 수용된 경우도”
“피해자 중 고령자 많아…진실규명 기다릴 시간 없어”
지난 3월 11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고(故)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비상상고가 기각되자 법정에서 나온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11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고(故)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비상상고가 기각되자 법정에서 나온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감금·강제노역·암매장 등이 자행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다.

28일 피해자 측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일호의 정지원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회장 등 피해자 30명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약 1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제기된 형제복지원 관련 배상 소송 중 최대 규모다. 

대리인 측은 “피해자 대부분 10대 이하의 어린 나이에 끌려가 가족과 생이별했고 한글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남았으나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 편견 속에서 여전히 형제복지원에 감금된 것과 같은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곱 살 때 동네에서 놀다가 친형과 함께 강제로 수용되었는데, 자식들을 찾으러 온 아버지까지 강제수용되는 바람에 일가족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피해자도 있다”며 “피해자들은 그동안 당한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보상받고 국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일단 피해자별로 1년 분의 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추후 청구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며 “손해배상액은 총 132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5월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보다 원고 인원이 크게 늘었다. 당시 소송에서 법무부가 25억원 보상안을 제시하며 강제조정안이 마련됐으나,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정이 결렬된 상태다.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진행 중이지만 피해자 중 고령자가 많아 진상규명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 측은 “힘겹게 마련된 강제조정안이 국가의 이의신청으로 무참히 결렬되는 것을 보고 더는 국가의 자발적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규명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과거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대규모 수용시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 확인되는 사망자만 500명이 넘으며, 형제복지원은 사망자의 시신을 암매장하거나 의과대학 해부용으로 팔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의 박인근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8월 ‘위헌적인 내무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박 원장 무죄 판결에 대한 비상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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