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말고 실패를 기록하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2 11: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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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성공의 그늘진 이면 드러낸 《K-방역은 없다》

한 시사주간지가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올해의 인물’로 ‘우리 동네 김사장’을 선정했다. 이 매체는 “흔히 한국을 ‘자영업 공화국’이라고 부르지만,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동네 사장님들은 가장 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먹고살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함께 방역의 책임까지 떠안은 우리 동네 사장님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처음 시작된 이후 정부의 반복되는 ‘조였다 풀었다’ 정책에 울고 웃은 이들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역 대책에 저항하는 자영업자들이 집회를 열고 시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K방역’에 직격탄을 맞은 그들과 그들의 동네 이웃들이 예전처럼 함께 잘살 수 있는 해법이 절실하다.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K-방역은 없다》를 펴내며 ‘땜질 처방식 정부의 대책’에 쓴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K-방역은 없다이형기, 서민 등 지음골든타임 펴냄
K-방역은 없다|이형기, 서민 등 지음골든타임 펴냄

K방역에 불만 드러낸 전문가들의 목소리

“공저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합니다. K방역이라는 이름하에 지난 1년9개월여 동안 한국에서 시행됐던 각종 코로나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중심으로 과학, 시스템, 사회, 문화, 언론, 예술 등을 아우르는 현황을 살펴보고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문제였으며,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장을 제공하는 게 이 책의 목적입니다.”

K방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을 쓰고 싶었으나 혼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서울대 의대 이형기 교수는 2021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반응은 제법 뜨거웠다. 불과 며칠 만에 스무 명 가까운 집필진이 꾸려졌다. 고등학생부터 전직 질병관리본부장까지, 광주의 자영업자부터 미국·영국·일본 등의 재외국민까지, 의사와 법조인, 과학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웨덴이라고 하면 ‘집단면역 시행하다 망한 나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코로나19 유행에서 공포가 아닌, 이성에 기반해 대응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수많은 비판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감염병에 대한 과다한 집중이 아닌 광범위한 신체 및 정신 건강, 교육, 경제, 기본권 등 삶이 가지고 있는 포괄적 가치에 균형 잡힌 접근을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정부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는 알 수 없지만,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야 더 큰 실패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필자들의 생각이다. 특히 K방역을 해외 사례와 비교한 것도 집중해서 보고 들어야 할 대목이다. 각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을 어떤 눈으로, 무엇을 보고,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앞으로 우리의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생길 때, 시스템적 한계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단편적인 비교를 통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의 고찰이 필요한 때다. 생각보다 현장은 심각하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를 철저히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450쪽│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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