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도덕성 기대치 워낙 낮아 네거티브 영향도 미미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7 10: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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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안철수 모두 확장성에서 뚜렷한 한계 드러내
누가 집권해도 분열의 후유증 클 듯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 ‘2강 1중’ 구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추이도 대선 구도의 큰 변수로 부상한 상태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세 후보 모두 대선 승부의 결정적 열쇠인 확장성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넓은 중원 지대를 평정해 상승세를 이어가거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세 후보가 공히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서 기인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李는 도덕성, 尹은 능력에서 거부감 강해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내분과 윤석열 후보의 난조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지지율 40%를 넘는 데 실패하고 다시 하락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윤 후보가 하락하던 상황에서도 그를 이탈한 층이 이 후보에게로 이동하지 않고, 안철수 후보에게 가거나 부동층이 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아무리 윤석열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렇다고 이재명을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낙연이었다면 찍겠지만 이재명은 찍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이재명 비토층이 문제 삼는 것은 주로 도덕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당 경선에서까지 거론되었던 여배우 스캔들로 시작해 ‘형수 욕설’ ‘전과 4범’이라는 꼬리표 등이 겹겹이 쌓이면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인성과 도덕성에 대해 불신을 갖는 사람이 많이 생겨났다. 게다가 대장동 사업 의혹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많아졌고, 여론을 쫓아가는 정책 선회가 거듭되면서 말바꾸기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늘어났다.

윤석열 후보는 당 내분 봉합에 따른 보수층 결집, 이대남(20대 남성) 올인 전략이 낳은 20대 남성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지지율이 일단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초 보수와 중도와 탈진보를 통합하겠다던 그의 공언과는 달리, 중도 확장성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55%를 넘나드는 환경에서 지지율 4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윤 후보의 상황도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후보가 도덕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높은 비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면, 윤 후보는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높은 비호감도의 일차적 원인으로 판단된다. ‘평생 검사’가 국정과 정책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는 시선을 받으며 시작한 그의 대선 행보는, 거듭된 말실수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방향성을 보이면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회의를 낳았다. 여론조사마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위해서’이지, 그의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아님은 윤 후보가 안고 있는 한계를 말해 주는 것이었다.

최근 이대남의 표심을 의식한 반여성주의와 보수적 행보 강화는 이대남의 지지 상승 효과는 보고 있지만, 반대로 다른 세대와 여성, 그리고 중도층으로의 확장에는 장애가 되고 있다. 자기 철학을 가진 대선후보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이야말로 그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다.

 

‘김건희 통화’ ‘이재명 욕설’, 큰 변화 못 줘

안철수 후보는 이·윤 두 후보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은 편이고, 포퓰리즘 경쟁이 아닌 정책대안 제시 능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그에게 따라다니는 결정적인 취약점은 국회 3석짜리 소수 정당의 후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의석 3개를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 당장 내각을 구성할 인재풀이 있느냐는 질문을 피하기는 어렵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협치 내각’을 하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국정운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안 후보가 지지율 추가 상승을 노리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안 후보는 정치생활 10년 동안 옆에 남아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겪고 나면 떠나게 되는 정치인’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평판은, 세를 불려 나가는 정치를 해야 할 그에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니 어떤 후보도 30%대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확장성 없는 도토리 키재기의 대결이 펼쳐지는 선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된들,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이 협소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게 된다.

이번 대선 역시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건희 7시간 통화’도 나왔고, ‘이재명 욕설 파일’도 나왔다. 후보 자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야 필요하지만, 배우자나 가족에 대해서까지 과도한 신상 검증이 진행되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과거 대선에서도 네거티브야 많았지만, 어느 한쪽이 주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대중 후보 시절에는 용공음해 네거티브가, 이회창 후보 시절에는 김대업발 병력비리 의혹이 대선판을 장악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과 윤석열, 양쪽의 네거티브 공방이 팽팽하다. 그만큼 두 후보가 서로 네거티브를 할 소재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낳은 단면일 것이다.

그러나 네거티브의 후끈한 열기에 비해 막상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이 공영방송을 통해 나갔어도, 이재명 후보의 욕설 파일들이 공개되었어도 그 자체로 판이 출렁이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어떤 결함이 있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의 프레임이 우선하는 선거에서 가능한 얘기다.

네거티브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후보들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낮기에 어지간한 문제로는 더 이상 지지율이 출렁이지 않는, 일종의 면역력이 유권자들에게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권의 앞길을 낙관하지 못하는 전망을 낳게 만든다. 희망보다는 적당한 체념 속에서 차차선 혹은 차악의 선택을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렇게 비호감도가 높고 강력한 비토층을 갖고 있는 후보들이 집권했을 때의 후유증도 간단치 않을 것이 우려된다. 과반 득표에 못 미치는 40% 정도의 표를 얻어 누구든 대통령이 되는 상황에서 과연 반대자들의 심리적 승복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부터 걱정이다. 자칫하면 집권 초반부터 진영 간 대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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