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586 용퇴론’에 흔들리는 민주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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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586 용퇴론’에 반응 없자 청년위원 “말 꺼냈으면 실행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 민주당 의원들과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4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 민주당 의원들과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심차게 던진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이 당내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송 대표의 쇄신안에 동참하는 인사가 나오지 않자 민주당 청년위원들 사이 “말만 꺼내고 실행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선 “배가 아픈데 소독약을 바른 꼴”이라며 ‘586 용퇴론’의 발상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마저 흘러나왔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국민께서 요구하고 계신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부침을 겪자 ‘586 용퇴론’을 출구전략으로 들고나온 셈이다. 1963년생인 송 대표는 19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민주당 586정치인의 맏형이다.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역사적 소명은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 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 586정치인들의 반응이다. 송 대표의 발언 이후 586정치인들의 지원사격은 전무한 실정이다. 송 대표 외에 출마 포기 선언을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불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단지 나이 때문에 불출마를 해야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이렇게(열세인 상황) 된 게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나이가 많아서인가”라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586 선배님! 말을 꺼내셨으면 실행하셔야죠!”라며 “이런 정치 물려주실 겁니까”라고 적었다. 이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25일에도 SNS를 통해 “송영길 대표님의 결단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의 혁신은 대한민국 대전환 앞에 필수 요소”라고 하는 등 586 용퇴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586 용퇴론이 대선을 앞두고 제기된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배가 아픈데 소화제를 먹거나 배 아픈 약을 먹어야지 발등에 소독약 바르면 되겠느냐”며 “(586 용퇴론은) 문재인 정권 심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굉장히 팽배해 있는데 너무 변죽만 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내재된 한계는 이견이 없는 일색이라는 것이다. 조국,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후보, 그렇게 딱 정해지면 그에 대한 비판 같은 건 있을 수가 없고, 비판하면 역적이다. 그러다 보니까 맹종으로 비춰진다”며 당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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