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서초갑’…국민의힘 공천 따내기 쟁투 치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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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된 ‘보수 텃밭’ 서초갑 공천 놓고 ‘3女1男’ 벌써부터 신경전
‘조직’ 전희경 vs ‘민심’ 조은희 vs ‘관록’ 이혜훈 vs ‘경제안보’ 전옥현

“당의 요지일수록, 당내에선 험지가 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서초갑’ 공천을 따내기 위한 쟁투가 거세지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아직 공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유력 후보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장단점 뚜렷한 후보들이 개전(開戰)을 알렸으니 조만간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3·9 재보궐선거가 3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서울 서초갑을 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초갑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로, 국민의힘 ‘뱃지’를 달고 나갈 시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에 전희경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이혜훈 전 의원,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등 쟁쟁한 후보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사진 왼쪽부터 오는 3월9일 재보궐선거 서초갑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전희경 전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가나다 순) ⓒ연합뉴스·시사저널
사진 왼쪽부터 오는 3월9일 재보궐선거 서초갑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전희경 전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가나다 순) ⓒ연합뉴스·시사저널

서초갑은 윤희숙 전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사퇴해 자리가 빈 곳이다. 이에 서초갑은 국민의힘 ‘귀책 지역구’로 꼽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서초갑 공천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던 윤 전 의원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다.

3·9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인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공천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 중남구 선거는 (곽상도 전 의원의) 대장동 게이트 관련 범죄혐의 수사로 발생했다. 공당으로서 무한 책임감을 느끼고 책임정치 실현 차원에서 (무공천)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서초는 범죄적 행동·행위와 전혀 관계가 없어서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구 중남구 공천을 포기한 국민의힘이 서초갑까지 내려놓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서초갑은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필승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서초갑에서는 내리 보수정당 당선자가 배출됐다. 그만큼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 21대 선거에서도 윤 전 의원이 62.6%의 득표율로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36.9%)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압승했다.

이에 서초갑은 총선마다 국민의힘 내 가장 뜨거운 지역구가 됐다. 오는 재보선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후보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유력 후보들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 서초갑 출마 거론자는 전희경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이혜훈 전 의원 등 쟁쟁한 여걸들과 베테랑 안보 전문가인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이다.

후보들 간 장단점은 뚜렷하다. 우선 전 전 의원은 당 수뇌부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초갑 국민의힘 조직위원장에 올랐다. 통상 조직위원장은 보궐선거 공천이 유력하다. 다만 짙은 보수색깔이 MZ세대 유권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전 전 의원은 과거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맡던 시절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던 인물로, ‘뉴라이트 여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전 전 의원은 자신의 2001년 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연구》 중 79%가 짜깁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학위를 반납한 바 있다.

전 전 의원에 맞설 경쟁자로는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 국민공감미래정책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꼽힌다. 전 전 의원과 달리 조 전 구청장은 중도‧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서울시 최초로 여성 부시장을 지냈다. 조 전 구청장의 강점은 서초구민의 ‘두터운 민심’이다. ‘일 잘하는 구청장’이란 평가를 얻으며, 여당의 서울지역 싹쓸이로 끝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서초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재보선에 도전하기 위해 구청장을 관두는 과정에서 당 수뇌부와의 마찰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전 전 의원과 비교해 당내 세(勢)가 다소 밀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혜훈 전 의원도 다크호스다. 경제학자 출신의 이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여성기획공천 1호 후보로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초갑에 출마해 ‘서초갑 3선 의원’이 됐다. 서초 현안을 그만큼 잘 알면서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후보로 평가받는다. 경제 전문가로서 서초구의 가장 큰 현안인 재건축과 부동산 문제에 해박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서초에서의 다선 경험이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인적 쇄신을 위해 ‘강남 벨트’에서는 새 인물을 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후보들이 쟁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의 존재감도 주목할 만하다. 전 전 차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안보 전문가다. 2006년 이후 국정원에서 해외정보국장, 1차장 등을 지냈다. 2018년부터 2년3개월간 자유한국당 서초갑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국가안보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경력은 앞선 후보들 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다. 다만 보수 유권자들 사이 인지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전 차장이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안보정론TV》의 구독자수는 2월2일 기준 78만4000명에 이른다.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경제안보’라는 구호를 앞세워 신인 정치인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게 전 전 차장의 포부다.

이외에도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승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역시 서초갑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오는 3~4일 이틀에 걸쳐 공천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각 지역구 공천 방식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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