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크래프톤․SK바사 등 ‘IPO 대박주’ 주가 동반 급락 이유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9 10: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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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IPO 앞두고 ‘공모주 거품’ 논란 가중‘…공모주=대박’ 신화도 무너지나

지난해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발(發) 유동성 잔치가 계속되면서 코스피는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러시도 이어졌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 말 그대로 ‘돈잔치’를 벌였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522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19.8%나 증가했다.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청약증거금 경쟁은 더했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가 63조6198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최고 기록을 세운 지 2개월 만에 SKIET가 80조9017억원으로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 현대중공업(56조562억원), 카카오페이(5조6609억원), 크래프톤(5조358억원) 등도 공모 대박을 치며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다.

ⓒ시사저널 박정훈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꼽히는 LG에너 지솔루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월18일 서 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LG엔솔의 ‘따상’ 기적은 없었다

올해 상황은 어떨까.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IPO 규모는 2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LG엔솔의 청약증거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14조원이었다. 공모가(30만원) 기준으로 이미 모회사인 LG화학을 제치고 코스피 3위를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1월27일 상장 첫날에도 LG엔솔이 고공행진을 이어갈지에 쏠렸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에 육박하는 59만7000원. LG엔솔이 이날 상한가인 ‘따상’을 기록하면 시가총액은 180조원대로 불어나게 된다. 상장 하루 만에 SK하이닉스(시총 86조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첫날에는 50만5000원, 둘째 날에는 45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IPO를 준비 중인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2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SSG닷컴, 마켓컬리, CJ올리브영, 카카오엔터 등이 올해 IPO를 준비 중”이라면서 “LG엔솔의 따상을 내심 기대했던 이들 회사의 실망이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거품’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은 지난해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올랐을 정도다. 8월 상장 당시 크래크톤의 공모액은 4조3098억원. 코스피 역대 공모액 중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주가 역시 상장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11월17일에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 14% 오른 56만7000원까지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설 직전인 1월28일 현재 크래프톤의 주가는 27만4500원으로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무너졌다. 신작 ‘뉴스테이트’의 부진으로 실적 감소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장병규 의장은 1월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우리사주를 가진 구성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직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 패밀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58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으면서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다. 한때 KB금융을 밀어내고 은행 대장주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상장 초기인 8월 중순 9만원대를 돌파했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1월28일 종가는 4만1000원으로 고점(9만2000원) 대비 55.4%나 하락했다.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오버행’ 우려도

카카오페이의 상황은 더하다. 지난해 11월29일 23만8500원으로 주가가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월28일 종가는 12만6000원으로 고점 대비 47.2%나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진의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다. 류영진 카카오페이 대표와 신원근 대표 내정자 등 임원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류 대표 등 경영진이 챙긴 시세차익만 900여억원에 이른다. 경영진의 주식 매도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은 울분을 토해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을 정도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주가 역시 최근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최근 류 대표의 조기 하차를 발표했다. 하지만 ‘먹튀 논란’으로 시작된 주가 하락세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카카오페이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전통적인 가치 측정 방법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밸류에이션을 보였다”면서 “4분기 영업손실 확대와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주가 반등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SKIET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역시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상당수 종목이 상장한 지 1년도 안 돼 주가가 시초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공모주 거품’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오버행’(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잠재적 매도 물량)을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의 보호예수 기간이 2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상장했거나 상장 예정인 종목 편입을 위해 기존 보유 종목을 매도할 가능이 크다. 이 경우 공모 대박주의 추가 주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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