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가’에서 승기 잡아야 이긴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8 10: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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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피치 올리는 이재명·윤석열의 치명적 승부처는 ‘50대·서울·가정주부층’

차기 대선이 한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한 달 후면 제20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역대 대선 경쟁에서 볼 수 없었던 치열한 대결이 지속되고 있다. 1월초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서가던 추세였다. 그러나 설 연휴 한 주 전 무렵은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안팎으로 앞서 달아나는 판세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설 명절을 관통하는 선거 여론은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깻잎 반 장’ 정도의 치열한 박빙 승부를 펼치는 판세로 나타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오리무중 판세다.

연말과 연초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윤 후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을 중심으로 2030세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60대 이상 층을 결집하고 있다. ‘멸콩’(멸치 육수와 콩국)으로 시작된 안보 이슈가 ‘사드 추가 배치’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둔화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지율이 거의 답보 상태지만 윤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진보진영 내 위기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40대와 화이트칼라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윤 후보와의 격차는 초접전으로 좁혀지는 추세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리스크가 윤 후보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MBC의 통화 녹취 공개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반등한 결과가 더 많았다. 오히려 ‘부인 리스크’는 이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이번 대선은 ‘공약’도 ‘의혹’도 한 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야금야금’ 조금씩 조금씩 후보자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숨겨진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진정한 승부처는 어떤 유권자층일까.

1월31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안양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1월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광주 밀바우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이재명 캠프 제공

李 우세 ‘50대’, 한때 격차 좁혀지기도…尹 우세 ‘서울’은 다시 접전 양상

먼저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50대’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인 승부처로 꼽힌다. 이번 대선을 설명할 때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대결하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간 지대 유권자층인 2030 MZ세대가 중요하고, 그들이 대선 운명을 결정지을 것처럼 분석하는 의견이 많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않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20대와 30대가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줄 때 가능한 시나리오가 ‘MZ세대 대선 결정론’이다.

20대에서 이준석 대표의 ‘마법’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지만 모든 조사가 그렇지도 않다. 발표되는 조사마다 결과가 다르고 여전히 부동층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30대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연령대다. 선거 막판까지 어느 한쪽 후보로 쏠리지 않는 표심이라면 결정적이지 않다. 투표율도 중요하다. MZ세대 투표율이 과거 선거보다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투표소로 갈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50대를 조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50대는 정치 성향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나누어지는 분수령이고, 10세 단위로 구분할 때 유권자 수가 가장 많다. 60대 이상에 버금갈 정도로 투표율이 높은 편이다. 규모와 투표율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연령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선거 여론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 추세를 통해 올해 들어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본 결과에서 50대 지지율을 분석해 보았다. 1월7~8일 조사에서 50대 지지율은 이재명 50.8%, 윤석열 35.5%였는데, 1월21~22일 조사는 두 후보의 격차가 약 7%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인 1월28~29일 조사에서 이재명 49.6%, 윤석열 34.4%로 나타났다. 이 후보가 대체로 앞서는 추세지만 여전히 50대 지지율 역시 변하고 있다(그림①).

두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승부처는 ‘서울’이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 당선자 중 서울에서 이기지 못한 후보는 없었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서울에서는 박근혜 당선자보다 많은 득표를 했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전국 30만여 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었는데, 서울에서만 22만 표 차이를 냈었다. 그만큼 서울은 대선 승리의 결정판이다.

서울은 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난해 재보선 이후 부동산, 코로나19 등에 따라 청년 민심이 이탈하면서 ‘반문재인’ 및 ‘반민주당’ 정서가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윤 후보가 대체로 앞서가는 추세인데 이 후보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추세를 보면 1월21~22일 조사에서 서울 지지율은 윤석열 44.5%, 이재명 34.1%로 윤 후보가 앞서가는 추세다. 그러나 1월28~29일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약 3%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그림②). 윤 후보가 대체로 앞서가는 추세지만 경합이 펼쳐지고 있다.

가정주부층, 이념보다 이익·효능 중시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결정적인 유권자층은 ‘가정주부층’이다. 가정주부층은 연령대로 30대 이상 여성이다. 특히 30~50대 여성 유권자층은 이번 대선에서 표심을 특정 후보로 고정하지 않고 있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에서 응답하는 비율로 볼 때 가정주부층은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 다음이고 블루칼라보다 높은 비율이다. 역대 선거의 경우를 비추어볼 때 다른 직업군에 비해 투표율도 높다. 가정주부층은 부동산 등 경제 현안에 관심이 많고 코로나 국면이나 자녀인 청년 세대의 취업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이념보다 이익 즉, 정치적 효능감을 주는 후보에게 관심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나타난 가정주부층의 지지율은 대체로 윤 후보가 앞서가는 추세이지만, 1월14~15일 조사에서 두 후보의 가정주부층 지지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그림③). 가정주부층의 지지가 중요하고 표심은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대 대통령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변동성이 큰 선거다. 프레임 전쟁 속에서 중간 지대 유권자층인 ‘엠여중’(MZ세대, 여성, 중도층)의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된 성격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선거지만 선거 승부처는 분명해졌다. 50대·서울·가정주부층이다. 이른바 ‘오·서·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후보라면 당선 가능성은 더 선명해진다. 치명적 승부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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