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 기류 바뀐 野단일화…‘공동정부’ 가능성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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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맡겨 달라” 의지 드러내는 윤석열
국민의힘 내에선 ‘공동정부’ 가능성 ‘솔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30일 남겨두고 야권 단일화의 기류가 묘하게 바뀌는 분위기다. 당초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면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본인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판도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 받는 야권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도 나온다.

7일 야권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야권 단일화 논의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후보 단일화 계획을 논의한 바 없다”며 입단속에 나선 것에 비해 한 발짝 나아간 태도다.

국민의힘 내에서 야권 단일화 논의가 공식적으로 물꼬를 틀게 된 계기는 전날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 때가 됐다”고 말한 것이다. 선대본부 고위 관계자가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 10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명이 야권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보도(국민일보, 2월7일)까지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단일화 없다”→“가능성 있다” 태도 바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시사저널에 “윤 후보가 단일화 문제를 본인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스스로 단일화 여부부터 일정과 방식 등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 없다. 둘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윤 후보의 전향적 태도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다만 단일화 협상은 공식적이기 보다 물밑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여권 후보와 지지율 차를 압도적으로 벌려두지 못한 상황에서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 방식을 두고 지루한 싸움에 돌입하면 유권자들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단일화는 먼저 손 내밀고 말 꺼내는 사람이 ‘나는 을이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먼저 단일화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함구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도 전날 광주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부적절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물밑 협상의 카드로는 ‘공동 정부’ 구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샅바싸움을 피하면서도 야권 연대에 대한 효과는 똑같이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근식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일화를 수면 위로 올려 협상의 룰 싸움으로 비화하는 순간 양측 다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것에는 단일화 이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다. 공동정부를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국민의당 ‘공동정부’ 구상…1차 협상 시한은 11일 거론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양분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야권 단일화 논의를 경계하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드러냈다. 전날 안철수 후보는 야권 단일화 조건으로 거론되는 공동정부 구상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당선이 목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눈치싸움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 안팎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야권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때 15% 가까이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설 연휴와 첫 4자 TV 토론을 거친 현재 한 자릿수로 떨어진 상황이다.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안 후보가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단일화 압박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단일화 협상의 1차 데드라인은 후보등록일(13~14일) 전인 오는 11일이 꼽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화는 2, 3등 후보가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달 11일 정도에 후보 단일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1일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투표 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27일도 협상 시한 중 하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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