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오미크론 대선’에 복잡해진 與野 손익계산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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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으로 확진자 참정권 보장키로
코로나 국정 안정 vs 정권 교체 유불리 ‘촉각’

코로나19 확산세가 제20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기세대로라면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자가 격리하는 사람의 숫자가 1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선에서는 50만 표 이하로도 승부가 갈렸던 만큼, 정치권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둘러싼 유불리 계산에 분주해진 분위기다.

9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만9567명으로, 처음으로 5만 명대에 근접했다. 재택치료자 규모는 16만8000명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방역당국의 2월 말 13만~17만 명 확진 예측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 설치된 코로나19 현황판에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4만9567명이 표시돼있다. ⓒ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 설치된 코로나19 현황판에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4만9567명이 표시돼있다. ⓒ 연합뉴스

대선 ‘핵심 변수’로 떠오른 코로나 격리 ‘100만 명’

문제는 현재의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3월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수백만 명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전 투표 다음 날인 3월6일부터 본투표일인 9일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은 투표소에 나설 수 없다. 방역당국의 확산세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사흘간 39만~51만 명이 확진될 수 있다. 이들이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셈이다. 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감염취약시설 내 밀접접촉자 수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이상이 투표 기간 격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큰 숫자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39만557표로 승부가 갈렸다. (김대중 1032만6275표, 이회창 993만5718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57만980표 차이였다. (노무현 1201만4227표, 이회창 1144만3297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단 108만496표 차이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박근혜 1577만3128표, 문재인 1469만2632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진 규모가 이번 선거의 등락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여야는 일단 코로나19 확진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투표 종류 이후인 오후 6~9시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별도 투표하는 방안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9일) 같은 맥락의 시행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정부와 여야가 방향성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이견 없이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0년 4월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공원에 마련된 자가격리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코로나19 국면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0년 4월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공원에 마련된 자가격리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유권자의 선택, 與 ‘국정 안정’일까 野 ‘방역 실패’일까

관건은 ‘방향’이다. 현재로선 코로나19 확산세의 유불리를 여야 모두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문재인 정부에 호재였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여당이 유리한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코로나 국면의 장기화로 유권자의 피로감이 높아진 상태다. 누적된 피로감 속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권 심판론을 부추길지, 국정 안정 필요성을 부각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안갯속 평가에도 여야는 저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참정권을 보장해 투표율을 높이면 자기 진영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장 구호부터 갈렸다. 구원투수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9일) “코로나19 위기 국면에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부가 필요하다”며 국정안정론을 꺼내들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연일 정부 방역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며 정권교체 구호를 부각하고 있다.

대선 판에 끼칠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2020년 총선 때에는 선거 시작 직전에 코로나19 기세가 잡히고 마스크 대란 문제도 해결된 데다 긴급재난지원금까지 풀리면서 여당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달 말 20만 명까지 확진되고 3월 초 학교 개강 문제 등으로 혼란을 빚는다면 (여권에) 좋은 영향을 줄 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적어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변수보다는 코로나19가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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