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칙 위반에 ‘쪼개기’까지…이재명 성남시장 업추비도 구멍 숭숭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1 16:00
  • 호수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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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8년 성남시 업무추진비 전수분석…예외 상황에 다수 썼지만 “증빙자료 없어”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에도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후보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언론인 접대에 1인당 비용 기준을 넘겨 집행한 기록이 발견됐다. 참석자 신분 증빙 의무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결제’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사저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을 맡았던 2010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전수분석했다. 이 후보는 약 8년의 임기 동안 총 11억20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이 중 임기 막바지인 2017년에 가장 많은 액수인 1억8200여만원을 지출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접대비 4만원’ 기준 위반…“호화 한우파티”

기획재정부의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건당 50만원 이상 쓸 경우 집행 상대방의 이름과 소속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기간에 지출액 50만원이 넘은 경우는 총 263건이다. 이 중 기념품 구입비와 직원 격려비 등을 빼면 언론 접대에 주로 사용됐다. 2010년 12월23일 ‘언론 관계자와 업무 협의(115만원)’, 2012년 7월17일 ‘시정홍보를 위한 언론인 석찬(119만3000원)’, 2016년 1월25일 외신기자 간담(91만8000원)’, 2017년 12월26일 ‘지역·인터넷 매체 출입기자 간담(114만9000원)’ 등이다. 이 후보가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언론을 통한 시책 홍보에 집중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인 접대는 때로 물의를 일으켰다. 접대 자리에서 과도한 액수의 만찬을 즐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016년 12월 시의회 행정감사에 따르면 이 후보 비서실 직원과 일부 언론사 관계자 5명은 2016년 5월16일 성남시 판교동의 한 식당에서 ‘정부 지방재정 개편안 부당성 설명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비서실 직원들은 이 후보 업무추진비 카드로 49만9000원을 긁었다. 1인당 9만9800원꼴이다.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 따라 접대비는 1인당 4만원 이내에서 써야 한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시 비서설이 호화 한우파티를 열고 지방재정 개편의 부당함을 알렸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 밖에도 2017년 8월18일 언론인 등 4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1인당 약 6만3000원의 업무추진비가 쓰여 집행 규칙을 위반했다.

한편 2016년 5월 지방재정 개편안 설명 간담회에서 결제한 총액(49만9000원)이 5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50만원은 접대 참석자의 신분 증빙 기준액이다. 결국 신분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결제액을 맞춘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49만원 언저리에서 결제된 내역은 언론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더러 발견됐다. 2012년 11월27일 ‘주요 시책사업 홍보 위한 언론인 오찬(49만5000원)’, 2014년 3월10일 ‘시정운영계획 설명 협조 언론인 석찬(49만원)’, 2015년 4월24일 ‘공공성 강화사업 당위성 설명 언론인 석찬(49만원)’ 등이다.

업무추진비를 하루에 수십 건 쓴 날도 있었다. 2015년 3월26일의 경우 당일에만 23건의 지출을 기록했다. 지출 장소는 모두 달랐다. 이날 업무추진비로 접대한 오찬은 9건인데 그 장소는 성남 백현동·서현동·삼평동 등으로 갈렸다. 오찬 장소 중에는 서울시도 있었다. 같은 날 석찬 역시 서로 다른 장소에서 9건이 진행됐다. 식사 참석자는 ‘성남FC 관계자’ ‘국토부 관계자’ ‘전직 국회의원’ ‘언론인’ 등 제각각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날 직원 경조사비와 접대용 다과물품 구입비로도 업무추진비가 쓰였다. 이날 하루 빠져나간 총 업무추진비는 약 448만원. 앞서 2014년 1월6일에는 11번에 걸쳐 총 415만원을 썼다.

朴 정부의 감사 요구 불응한 이유 있었나

성남시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하루에 여러 장소와 시간대에 시장 업무가 진행됐다고 판단되면 다른 부서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시장 업무추진비를) 계좌이체해줄 수 있다”며 “시장 업무추진비를 꼭 시장 카드로 써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는 한도와 횟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업무추진비 과다 결제가 중앙정부의 감사 대상이 된 적이 있다. 2016년 6월 합동감사를 진행했던 박근혜 정부는 이 후보의 2014년 1월~2016년 6월 임기 중 90일을 특정해 일정을 제출하라고 성남시에 요구했다. 해당 90일은 업무추진비를 하루 3회 이상 또는 동시간대 2회 이상 쓴 날로 알려졌다.

이에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 먼지떨이를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태 때 행적이 불분명한) 7시간 일정을 내놓으면 90일의 일정도 내놓겠다”고 맞섰다. 이 후보는 감사를 진행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초강수를 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결제 횟수와 상관없이 같은 사람한테 같은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썼는데 그 장소가 서로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2015년 3월16일 ‘공공성 강화사업 당위성 설명 오찬’ 목적으로 2번에 걸쳐 41만4000원어치 식사를 언론인에게 대접했다. 그런데 장소가 야탑동(31만4000원)과 죽전동(10만원)으로 달랐다. 야탑동과 죽전동은 약 10k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36만·20만원 나눠 결제…참석자 감추려?

또 2016년 4월14일 ‘성남시-육군 업무협약서 체결 관련 언론인 간담’ 때는 수내동에서 36만7000원, 서현동에서 20만6000원을 결제했다. 합산 50만원을 넘지 않기 위해 쪼개기 결제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2017년 9월13일에는 ‘경기도 대중교통협의체 구성 촉구관련 간담’ 목적으로 언론인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3번에 걸쳐 총 89만6000원을 긁었는데 2번은 판교동에서 각각 24만원, 25만6000원씩 썼다. 나머지 한 번은 야탑동에서 40만원을 썼다.

이 후보가 성남시 밖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내역도 다수 눈에 띈다. 업무추진비는 원칙상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쓰지 못하게 돼 있다. 이러한 내역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2014년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가 넓어지면서 드러나게 됐다. 그해 하반기에 이 후보는 다른 지자체에서 총 410만원을 썼다. 관외 지출 액수는 2015년 2542만원, 2016년 2578만원, 2017년 4255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지출이 가장 잦은 곳은 서울시였다. 2017년 이 후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서울 음식점에서 1년 중 75일 쓰였다. 이 중에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따로 입증해야 하는 토·일요일도 10일 포함돼 있었다. 서울에서 주로 접대한 상대는 중앙정부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국회의원, 언론인 등이었다. 임기 말에 이 후보가 보폭을 중앙무대로 넓혔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업무추진비 사용과 주말 사용 모두 증빙자료로 입증해야 하는 예외 사항이다. 하지만 성남시 관계자는 “내부 결재는 거치지만 따로 증빙자료를 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23시 이후·관외지역·휴일 원칙상 사용 금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법과 규칙에 맞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우선 큰 틀에서 국가재정법과 지방회계법을 기준으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해당 법을 근거로 마련된 행정안전부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세출예산 집행기준’, 기획재정부의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등을 따른다.

여기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쓸 수 없다. 다만 격려금이나 축의금·부의금 등 현금 집행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용이 가능하다. 대신 이때는 현금 지급 목적과 대상, 금액, 지급 필요성 등의 내용을 적은 지출품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밤 11시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 공휴일과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집 근처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도 안 된다. 간담회 등으로 접대비를 쓸 때는 1인 1회당 4만원 이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불가피하게 어길 때는 역시 객관적인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건당 50만원 넘게 쓴다면 집행 상대방의 이름과 소속을 증빙서류에 꼭 적어 둬야 한다.

이 후보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지자체장들이 가장 자주 업무추진비를 쓰는 목적은 ‘격려’다. 소속 직원은 물론 유관기관 직원, 현장 근로자, 이재민, 체육선수 등 외부인에게 격려 조로 식사 대접이나 선물을 할 때 업무추진비로 집행한다. 관련 규칙에 따라 격려 활동은 업무추진비의 집행 범위에 해당한다.

이 격려에도 정해진 기준이 있다. 내부 직원에게 격려비를 쓸 때는 해당 지자체의 정책사업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이 원래 계획보다 빨리 진행됐거나 미달돼 격려가 필요할 때 집행이 가능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여한 공로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도 쓸 수 있다.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단순히 사기 진작을 위해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현장 근로자에게 격려비를 줄 때는 상시 현장근무를 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산불 감시를 위해 현장에 일시 투입된 일반직 공무원에게는 격려비를 줄 수 없다. 또 격려비 수혜 대상 유관기관 중에서 금융기관은 제외된다. 체육선수의 경우 해당 지자체 소속이 아니거나 주소지가 해당 지자체에 없다면 역시 격려비를 줄 수 없다. 그 밖에 지자체장이 자신의 명의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다. 일례로 성남시장이 업무추진비에서 재해구호 기부금을 낸다면 기부자를 ‘성남시’로 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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