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된 ‘함평판 옷로비 의혹사건’…함평군수 운명은?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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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함평군수·공무원들, 청렴실천결의대회…군수 ‘뇌물양복’ 의혹에 불똥
이상익 함평군수의 석연치 않은 해명 논란…“나도 모르게 건설업자가 결제”
군청 주변 “건설업자가 어떻게 먼저 알고 옷 값 냈나…귀신이 곡할 노릇”
​함평군의 청렴결의대회를 계기로 이른바 ‘함평판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불리는 군수 옷값 뇌물 혐의 사건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월 9일 함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렴실천 결의대회 모습. 사진 앞줄 오른쪽으로부터 두 번째가 이상익 함평군수. ⓒ함평군​
​함평군의 청렴결의대회를 계기로 이른바 ‘함평판 옷로비 의혹사건’으로 불리는 군수 옷값 뇌물 혐의 사건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월 9일 함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렴실천 결의대회 모습. 사진 앞줄 오른쪽으로부터 두 번째가 이상익 함평군수. ⓒ함평군​

전남 함평군은 9일 청렴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한 청렴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군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전제로 공직사회의 청렴 실천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는 달리 결의대회 불씨가 엉뚱한 곳으로 옮겨 붙고 있는 양상이다. 다소 철 지난 생뚱맞은 청렴결의대회를 계기로 이른바 ‘함평판 옷로비 의혹’으로 불리는 군수 양복값 뇌물수수 혐의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상익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70여명은 이날 군청 대회의실에서 △지위·권한남용 근절 △알선·청탁행위 금지 △금품·향응 수수 금지 △ 외압 배제 등의 내용을 담은 청렴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군수는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도 군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다”며 “군정에 대한 군민의 신뢰는 공직사회가 청렴하고 공정할 때 확보되고 군민도 그렇게 믿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청렴결의대회가 검찰의 기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열리면서 옷값 대납 의혹 사건이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청렴결의대회로 옷값 뇌물 혐의 사건이 희석되길 바랐던 군수 측의 내심(?)과 달리 오히려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는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작동하는 조짐이 엿보인다. 

이 군수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건은 이 군수가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함평지역 건설업자 A씨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하면서 수면 위에 떠올랐다. 고발 내용은 이 군수가 2020년 광주의 한 양복점에서 총 5벌의 양복을 맞췄으며, 1000여만원 상당의 옷값을 A씨가 결제토록 했다는 것이다. 

전남경찰청 반부패수사1대는 이 군수를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최근 검찰에 기소 의견을 붙여 송치했다. 건설업자 A씨도 사업비 170억원 상당의 하수관로 정비사업 중 일부를 수주하기 위해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해당 사업을 수주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복값을 대납한 A씨가 공사 수주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 군수가 장남을 통해 6~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대금 결제를 하고 문제의 옷값을 이미 대납한 업체에게 돌려 줘라 했다는 것이 고발인과 관가 주변에서 나온 사건의 뼈대다. 

이상익 함평군수가 9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렴 실천 결의대회에서 직원으로부터 청렴 선서를 받고 있다. ⓒ함평군
이상익 함평군수가 9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렴 실천 결의대회에서 군청 직원들로부터 청렴 선서를 받고 있다. ⓒ함평군

이상익 군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군수가 지난해 11월, 언론에 배포한 해명자료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군수는 2년 전, 선거캠프 본부장을 지낸 원로인사를 통해 광주 동구의 한 양복점을 소개받아 다섯 차례에 걸쳐 양복을 맞췄다. 이 군수는 “맞춤 양복 특성상 몇 개월 후에 큰아들이 전액 결제했고, 증빙서류도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군수는 즉시 결제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양복점 측이 계좌번호와 금액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차일피일 미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도 모르게 건설업자가 먼저 돈을 냈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군수 급여 전액을 인재 양성기금에 기부하고, 숱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는데, 양복 몇 벌 값을 뇌물로 받았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수에 대한 음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뒷말도 나온다. 이 군수가 다섯 벌의 옷을 맞춰 입은 시기는 대략 2020년 4월부터 7월 사이로 보인다. 그런데 군수 아들이 양복값 1000만 원을 결제한 시점은 지난해 1월로 확인됐다. 반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양복값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군수는 옷을 맞출 때마다 양복점 측에 계좌번호를 요구했지만, 양복점에서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금지급 과정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군수는 옷을 맞출 당시에 계약금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복과 달리 맞춤 양복은 주문할 때 옷값의 일부를 계약금으로 내는 게 일반적인데, 이와는 다른 것이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건설업자 A씨가 신출귀몰하게 어떻게 이 군수가 광주의 양복점에서 양복 5벌을 맞춘 사실을 알아내서 대금을 지급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이를 두고 군청 주변에선 도무지 당사자 간에 내통이 있지 않고서는 달리 설명하기 힘든 대목이어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고발인은 이 같은 점들이 특정인이 이 군수의 양복값을 대신 결제한 정황들이라며 대가성에 대한 의심과 함께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의 기소 여부가 주목된다. 자칫 기소 결과에 따른 군수 신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6월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군수에 대한 기소 여부에 따라 함평군수 선거 향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경쟁 후보자들의 선거 전략에도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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