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그룹 일가와 PAE코리아의 수상한 커넥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10: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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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E코리아 주주 및 등기이사에 진도 일가 포진
창업주 시절부터 주한미군과 깊은 인연 주목

주한미군으로부터 수십 년간 1800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수주한 PAE KOREA(이하 PAE코리아)가 과거 ‘진도모피’로 유명했던 진도그룹 일가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PAE코리아의 특혜 의혹이 진도그룹과도 관련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진도그룹과 PAE코리아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진도그룹은 1980~90년대 국내 모피 시장을 주름잡으며, 한때 재계 서열 50위권에 들었던 대기업이다. 회사 이름은 창업주 김영진·김영도 형제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영이 악화되면서 그룹이 공중분해됐다. 아울러 진도그룹 총수가 3500억원 사기 대출과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등 불운한 말로를 맞았다. 이후 진도그룹의 상징이었던 모피 기업 진도는 임오그룹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2001년 촬영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진도모피 매장ⓒ시사저널 사진자료

PAE코리아, 과거 진도그룹 계열사

현재 PAE코리아의 지분은 미국 군수기업 PAE(외국인·49%)와 진도그룹 일가(내국인·51%)가 직간접적으로 나눠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김영도 전 진도그룹 회장 아내 오아무개씨가 PAE코리아 지분 20%를, 과거 진도모피 대리점 등을 운영했던 이아무개씨가 PAE코리아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씨 역시 진도그룹 일가와 깊은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그룹 일가와 연관된 PAE코리아 지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AE코리아 내국인 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21%)을 보유한 국내 법인 월드와이드네트트레딩도 진도그룹 일가와 긴밀하다. 월드와이드네트트레이딩은 김 전 회장과 진도그룹 출신들이 설립한 모피 회사다. 김 전 회장 가족들이 월드와이드네트트레이딩 주식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김영진 전 회장 아내(2021년 사임)와 첫째 아들이 이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리하면, PAE코리아 내국인 지분 51%는 모두 진도그룹 일가와 연결된다. 김 전 회장의 두 아들이 현재 PAE코리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PAE코리아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영도 전 회장 첫째 아들 김아무개씨는 2008년부터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둘째 아들 김아무개는 2019년부터 감사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된다.

애초에 PAE코리아와 진도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PAE코리아가 과거 진도그룹의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1992년 설립된 PAE코리아는 진도그룹 계열사인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 PAE코리아의 사명은 진도PAE(JINDO PAE)였다.

진도그룹은 1997년도 IMF 외환위기 등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도PAE를 계열분리했다. 이후 진도PAE의 사명은 PAE코리아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 측은 PAE코리아 지분을 진도 출신들이 설립한 월드와이드네트트레이딩에 여러 차례 양도·양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진도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알짜배기 회사인 진도PAE를 김 전 회장이 가족과 측근 등을 통해 빼돌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별개로 PAE코리아에 대한 주한미군 일감 몰아주기 특혜 의혹이 진도그룹 일가와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진도그룹과 주한미군의 관계는 그 뿌리가 깊다. 진도그룹과 주한미군의 인연은 한국전쟁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도 전 회장의 선친인 김성식씨는 1930년대부터 평양에서 자동차강습소를 운영했다. 김씨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폐식 청소차 등을 생산하는 한국엔진공업을 설립해 운수업에 뛰어들었다. 자동차가 귀했던 시절이었기에 이때부터 김씨는 주한미군의 일감을 받으며, 미군과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진도모피의 탄생은 주한미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70년대 정부는 모피 제품 판매를 엄격히 금지했다. 모피를 권위와 신분을 과시하는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모피는 미군 PX나 해외를 통한 밀수품 등으로 암시장에서 거래됐다.

김 전 회장 선친 김씨는 미군부대를 출입하며, 미8군 보급창에서 모피에 대한 지식을 처음으로 습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토끼털 조각을 수입해 모피를 만들어 원단을 수출했다. 김씨는 1965년 진도그룹의 전신인 국제보세를 설립해 모피 의류사업에 뛰어들어 미국과 일본 등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진도그룹이 1992년 설립한 진도PAE는 곧바로 주한미군 입찰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계약 내역서에 따르면, 진도PAE는 1992년부터 주한미군 연료 저장 건물 운영사업을 수주했다.

PAE코리아 측, 진도 연관성에 “노코멘트” 일관

아울러 민영화된 주한미군의 병영 식당도 진도PAE가 수년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진도PAE는 진도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돼 사명이 변경되기 전까지 약 2103만9915달러(2월14일 환율 기준 252억원)의 주한미군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도그룹과 미국 군수기업 PAE의 연결고리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PAE코리아가 설립된 1992년부터 현재까지 총 14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진도그룹이 진도PAE라는 사명을 사용한 점과 현재 PAE코리아의 지분을 미국 PAE와 진도그룹 일가가 나눠 가진 걸 보면 둘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저널은 PAE코리아 측에 진도그룹 일가와의 연관성에 대해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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