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다시 고개 쳐드는 화장품 업계 방판법 위반에 칼 빼든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8 07:3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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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화장품 ‘리엔케이’ 등 구체적 혐의 포착해 제재 안건 상정
회사 측 “현행 방판법 준수…공정위에 성실히 소명” 해명

국내 최대 정수기·비데 등 렌털 기업인 코웨이의 코스메틱(화장품) 사업부문 ‘리엔케이(Re:NK)’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재 심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리엔케이가 공정위에 ‘후원방문판매 업체’로 등록해 놓고 사실상 유사 다단계식 영업을 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인 공정위는 현재 코웨이에 대한 제재 심의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내부 심의에서 이같이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판법) 위반에 해당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밀리에 후원방문판매 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최근 일부 업체의 방판법 위반 혐의를 파악, 내부 심의기구에 제재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리엔케이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코웨이의 화장품 사업부문 리엔케이 등 일부 업체에 대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공정위 조사관들, 구체적 혐의 발견”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한 것은 후원방문판매 업체들의 유사 다단계 영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부 업체가 겉으로는 후원방문판매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관련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되자 공정위가 비밀리에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 방판법상 다단계판매 영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이번에 공정위가 문제를 삼은 것은 후원방문판매 업체들의 유사 다단계식 영업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방판법 개정을 통해 후원방문판매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현행 방판법에 따르면, 후원방문판매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 형태다. 다단계판매는 하위 직급자 매출에 따른 판매수당을 2단계 이상 상위 관리자가 가져간다. 흔히 ‘피라미드 판매’라고 불리는 판매 방식이다. 이들의 무분별한 판매가 사회문제화되자, 정부는 다단계판매 업체의 경우 공제조합 가입, 최소자본금 마련 등 규제책을 마련했다. 때문에 다단계판매 업체의 경우 정부의 까다로운 통제 아래 놓여있다.

이에 비해 후원방문판매는 다단계판매에 비해 규제가 덜하다. 대신 수익 배분 구조가 한정된다. 현행 방판법에 따르면, 후원방문판매는 자신과 그 바로 아래 하위 판매원의 판매수당만 가져갈 수 있다. 대신 공제조합 가입, 최소자본금 마련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재 공정위는 리엔케이가 영업 과정에서 2~3단계에 걸쳐 판매 수익을 배분하며 다단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공정위 조사관들이 리엔케이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발견했으며, 이를 내부 심의기구에 제재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와 공정위 내부에선 최악의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형사고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형사고발은 공정위 제재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조치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후원방문판매 업계에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리엔케이 등을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에 따르면 현재 리엔케이의 경우 집이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화장품을 파는 전통적인 방문판매보다는 전국 곳곳에 마련한 지점에서 피부 관리 등을 해주면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지점 안에 여러 개 사업국이 있고, 국 안엔 여러 단계의 직급이 존재한다. 1년 전까지 리엔케이에서 일했다는 A씨는 시사저널에 “본부장이 있고 그 밑에 국장-팀장-실장-BP(뷰티플래너) 등으로 직급이 나뉜다. 내 밑의 판매원이 수익을 내면 일정 부분 수당을 받았고, 내 위의 직급들도 그런 식으로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 알려진 공정위 조사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A씨는 “유사 다단계식 영업도 문제지만, 직원들이 처음부터 자기 돈으로 화장품을 사서 영업을 해야 하고, 직접 손해도 메워야 하는 등 부당한 행태가 많다. 또 고객에게 피부 관리를 미끼로 화장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대기업에 속한 리엔케이가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리엔케이의 피부 관리 이벤트에 당첨돼 갔다가 직원들의 유도로 비싼 화장품을 구매했고, 환불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의 피해 호소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리엔케이의 유사 다단계판매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2020년 한 인터넷 매체는 대구 지역에서 리엔케이의 BP로 일한 B씨의 제보를 토대로 하위 판매원의 매출 수수료가 국장·점장 등에게까지 나뉘는 유사 다단계 형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엔 B씨가 상사로부터 명의 도용, 공금 횡령, 고객 연체 대납 등 각종 부당행위를 지시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B씨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2020년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주주 바뀌는 과정에서 매출 압박” 지적도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코웨이는 지난 2019년 게임업체 넷마블에 인수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가 웅진그룹에서 사모펀드(MBK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바뀌는 등의 과정에서 매출 압박에 시달리면서 관련법 준수 의지가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현 대주주인 넷마블도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겨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공정위가 집계한 ‘2020년도 후원방문판매업자 주요 정보’에 따르면, 코웨이는 2020년 4065억1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화장품 브랜드 ‘인셀덤’을 보유한 리만코리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화장품 사업부문(전체 수출액 포함) 매출은 716억5700만원으로 코웨이 전체 매출의 2.0%였다. 공정위가 집계한 매출액은 판매원 후원수당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어서 사업보고서 매출액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 듯 공정위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개별 기업 조사 등에 대해선 의결이 날 때까지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코웨이 측은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과 제재 심의에 올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당사는 본 건과 관련해 적법하게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으며 현행 방판법을 준수하고 있다. 공정위에 의견서 제출을 통해 성실히 소명한 바 있다”며 “당사 후원방문판매 조직은 ‘사업국장-팀장-판매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판매인의 판매 실적은 팀장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인 사업국장은 관리업무에 따른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다단계판매와는 상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회사는 건전 영업을 위해 정기적인 영업실태 조사 및 정도영업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불법 강매 행위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건전한 영업 환경 조성을 통해 소비자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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