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본인의 조카가 일으킨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 측 유족에게 사과했다. 다만 이 의원 측은 해당 표현 자체가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소송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같은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먼저 이 의원의 사려깊지 못한 표현에 대해 원고(유족 측)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의원 측은 “특정 사건을 축약적으로 지칭하다 보니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고, 이 표현에는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담고 있지 않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재차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모 언론사가 보도한 ‘데이트 폭력으로 3일에 한 명 살해 당해…법 제도는 미비’라는 제목의 기사를 예로 들어 “언론에서도 살인사건에 대해 ‘데이트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므로 이 의원의 표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 측은 “대리인을 통한 형식적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어 유족들은 “이 의원이 ‘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것은 본인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며 “이 의원이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의원의 조카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6년 5월 자신과 사귀다 헤어진 A씨 집을 찾아가 A씨와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또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도 김씨를 피해 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 재판 1, 2심에서 김씨를 변호했던 이 의원은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SNS를 통해 이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다. A씨 아버지는 이 의원의 해당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 의원 측은 피해자 유족 측이 과거 이 의원이 변호했던 조카 살인 사건의 공판 기록과 변호사 의견서 등을 요구하는 문서송부촉탁 신청서를 법원에 낸 것에 대해 “이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이 문제 삼는 이 의원의 표현은 2021년 11월24일 페이스북 게재 글이므로, 당시 재판기록은 이 사건 청구원인과 무관하다”며 “피해자 유족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