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고레에다 감독이 7년 전 러브콜…즐겁게 찍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1 13: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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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에서 보육원 출신 ‘동수’로 열연한 배우 강동원

배우 강동원(41)이 《브로커》를 통해 영광의 칸영화제를 거친 뒤 국내 관객과 만난다.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7년 전에 《브로커》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 과정부터 그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렸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강동원은 극 중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깊게 남은 보육원 출신 ‘동수’로 분했다. 송강호와 이지은(아이유), 배두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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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 소감부터 말해 달라.

“극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 기쁘고 설렌다. 개봉 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걱정이 컸는데 분위기가 좋아져 다행이다. 오랜만에 무대 인사 등을 통해 관객분들과 만나게 돼 그것 또한 반갑고 뭉클하다. 감회가 새롭다.”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는 등 《브로커》에 전반적으로 좋은 기운이 넘친다.

“칸에 경쟁으로 간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세계에서 최고 영화들만 보내 그중에서 몇 편 뽑는 건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외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우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인간의 보편적인 얘기일지라도 동양의 정서가 와닿을까 의문이었는데, 모두 좋아하더라.”

데뷔 20년 즈음 돼서인가, 긴장감은 조금 덜한 것 같다(웃음).

“오랜 시간 준비한 영화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평생 이 일을 해와서인지 예전보다 긴장이 덜 되는 건 맞다. 이번 작품은 특히 더 그렇다. 칸영화제에 진출해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아 홀가분한 건 있다.”

상처가 있는 보육원 출신 ‘동수’ 역할이다.

“연기의 주안점은 ‘덤덤함’이었다. 복합적인 마음을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덤덤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송강호 선배와는 최대한 즐겁게, 아이유씨와는 서포트하는 느낌으로 임했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인연이 있었나.

“예전에 도쿄 롯폰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그 이후에 다시 만나 작품을 같이 해보자는 말씀을 하셨고, 그때 《브로커》 얘기가 처음 나왔다. 7년 전이다. 감독님의 연출력이라면 충분히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시나리오가 나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시나리오와 감독님이다. 어떤 경우에는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인 감독님과 작품을 많이 하게 되더라. 시나리오가 신선하니까. 9번 정도 작업을 한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작업한 소감도 궁금하다.

“재미있었던 건, 다큐멘터리를 하셔서인지 모니터를 보지 않으신다. 낯선 경험이었다. 모니터가 아닌 연기자들의 얼굴만 보시고 오케이를 내신다. 거장답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찍으시더라.”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송강호 선배님과는 워낙 막역한 사이라 팬데믹 상황이었지만 즐겁게 찍었다. 지방에서 찍다 보니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촬영하면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집중이 덜하다. 지방에서 촬영하면 고립돼 있으니 영화 하는 사람들끼리 얘기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웃음).”

아이들과 함께 출연하는 작품이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무척 잘 어울렸다고 들었다.

“아이이기도 하지만 동료이기도 하다. 함께 출연하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주눅이 들면 연기가 안 된다. 나를 편안하게 느껴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다. 그래서 노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개인적으로 자신이 편안한 연기 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생활적이면서도 정적인 연기가 편하다. 코미디도 좋아하긴 한다. 이번 영화도 애초엔 코미디 요소가 많진 않았는데, 중간중간 많이 가미했다. 무엇보다 코미디는 연기할 때 재미있어서 좋다. 《검사외전》 같은 연기도 좋아한다. 오두방정 떠는 연기. 하하.”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글쎄, 모르겠다. 웃길 때도 있고 진지할 때도 있다. 나이가 들고 있지만 마냥 소년 같은 모습도 있는 것 같다. 덧붙이자면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아, 내 유머는 모두에게 먹히는 유머다. 아재유머가 아니다. 고급 유머다. 하하. 낯가림? 이제는 별로 없다. 좋은 사람이다 싶으면 다시 보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누가 오라 그러면 잘 가고 그런다.”

스스로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는 어떻다고 봤나?

“VIP 시사회 때 주변 지인들이 연기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 편안하게 연기한 건데 좋아해 줬다. 친한 형이 그러더라. ‘역시 골프랑 연기는 마음을 비워야 해.’ 하하.”

마음을 비우고 했나.

“편하게 했다. 이번에 좀 그랬다. 캐릭터도 그렇고 감독님 연출 스타일도 그랬다. 7년 동안 준비한 영화라 막상 들어가니 홀가분하기도 했다. (송)강호 선배님과는 워낙 친분이 있는 터라 호흡이 잘 맞아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아직 초기 단계다. 사실 시놉은 제가 썼지만 연출은 자신이 없다. 써놓은 두 작품이 모두 판타지인데 나이 들면 더 이상 못 하겠다 싶은 걸 썼다. 영화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어떤 형태든 계속 도전하고 싶다.”

강동원 앞에는 늘 외모에 대한 수식어가 붙는다. 부담은 없나.

“그저 기분이 좋다. 고맙다. 사실 외모라는 게 부담이 있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웃음).”

함께 출연한 송강호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옆에서 보니 어땠나.

“사실 나는 상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만족하면 된다. 이번에 강호 선배와 칸에 가보니, 7번째 칸에 가는 사람의 연륜이 어마무시하더라. 모든 것을 알고 있더라(웃음). 사실 나는 강호 선배가 상을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었는데, 진짜 받으셨다. 옆에 앉아있어서 첫 번째로 포옹하는 영광도 누렸다. 하하.”

데뷔 20년 차가 됐다. 그리고 어느덧 40대가 됐다.

“예전보다 여유로워졌다. 어릴 때는 늘 불안했는데 이젠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단단해졌기에 남의 말도 더 잘 듣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한테 배우는 게 많다. 목표는, 흔한 말이지만 더욱 좋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좋은 작품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 불합리한 것이 있으면 조금씩 고쳐 나가며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나 하나 잘되자고 어설프게 타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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