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의원 “지금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4 10: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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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선 이상민 의원은 왜 ‘창조적 파괴’를 말하나
“법사위원장 자리 약속대로 국민의힘에 넘겨줘야”

비워야 채운다. 인생도 술잔도, 그리고 정당도 마찬가지다.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살길로 ‘창조적 파괴’를 말한다. 모두가 외치는 ‘혁신’에 대해 그가 제시하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야만 새순이 돋고 변화와 역동의 시원한 기운이 돌 것이란 얘기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가 지목한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다. 이 의원은 ‘금기와 성역’ ‘맹종과 패거리’ ‘오만과 독주’ ‘내로남불’ ‘팬덤 편승’ 등을 산산조각 내 부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6월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당이 팬덤정치와 결별하고 잃어버린 자정능력을 회복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문자폭탄은 민의를 왜곡하게 한다”

6·1 지방선거 패배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자정능력 상실과 부재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무능함, ‘내로남불’로 표현되는 도덕성 문제 등 여러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빨리 문제를 인정하고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안 하고 버티고 있다. 무조건 아니라고 버티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너 때문이다’고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그러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는 낫다고 한다. 각기 다른 사안들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

하나씩 짚어보자. 자정능력은 왜 사라졌을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앞에 놓여있던 그릇된 행태는 바로 ‘일색’이다. 색이 같아서 일색이 아니다. 억눌린, 강요받은, 억압된 일색이다. 다양한 의견이 있어도 억눌려 표출되지 못한다. 그러면서 어느 영역을 성역화하고 금기시한다. 그 당시의 실력자에 대해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화가 이뤄진다. 당내 소통을 강성 지지층들이 가로막는다. 맹종이 있다. 이를 공격하면 내부 총질, 변절 등으로 비난한다.”

의원들조차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많다.

“의원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얘긴 해야 하는데 그런 기백이 사실 상당히 사라졌다. 생계형 정치인이 되는 모습도 있다. 이를 강성 지지층들이 더 압박하고 몰아붙여, 그렇게 과다 대표된 목소리가 실제 과대 대표되는 현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금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이걸 깨뜨려야 자유로운 논쟁이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 의견이 도출되고, 모아지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도 된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률안 강행 처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아까 말한 ‘금기와 성역’ ‘맹종과 일색’ 등의 문제가 하나가 돼 소수의 강경파가 주도한 것이다. 사실 당원 게시판을 채우고 문자폭탄을 보내시는 분들이 아무리 많아도 국민과 민심이란 바다와 비교해 보면 한 줌의 모래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이 주도적으로 세게 몰아붙이다 보니 의원들도 논쟁을 펼칠 기회가 없다. 오히려 그런 힘에 의해 지도부가 선출되다 보니 강성 목소리가 과다 대표된다. 그럼 다른 정치인과 세력에 의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거기에 편승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그러다 보니 당 전체에 당대표나 대선후보 등이 되려면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해진다.”

이 의원도 지금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문자폭탄을 많이 받는다. 실제 받으면 어떤가. 

“처음엔 질겁하게 된다. 업무를 못 볼 정도로 문자가 쏟아진다. 욕설과 비난이 대부분이다. 휠체어 바퀴를 빼버리겠다는 등 별의별 말을 다 한다(이 의원은 장애인이라 휠체어를 탄다). 그런데 점점 맷집이 늘더라. 하지만 저는 예외적 케이스다. 초선 의원들은 반성문을 냈다가 문자폭탄을 받으니, 반성문에 대한 반성문을 내지 않았나. 저는 민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문자폭탄이 유용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뭐든 과하면 폐단이 생긴다. 과유불급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폐단이 생기나.

“당 의사결정 과정에 왜곡이 생긴다. 논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이 압박을 받아 왜곡된다. 반대하면 욕을 먹는 폐단이 생기고,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이 나는 일이 반복된다. 민의를 오히려 왜곡하고 민주주의에 위협 요인이 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1인 미디어가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제약도 받지 않는 목소리가 쏟아지다 보니 가짜뉴스도 기승을 부린다. 미디어 창궐 시대가 미디어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 이재명에게 성찰의 시간 주는 게 맞다”

팬덤정치를 제어하려면 당내 지도자급 인사들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정치 지도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다면,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겠다는 자세가 나올 텐데, 대부분의 정치인은 여기에 편승하려 한다. ‘개딸’(개혁의 딸), ‘양아들’(양심의 아들) 등으로 불리는 팬덤은 연예인 팬덤과 동일한 현상 같다. 그런데 그게 지나치고 맹목화되면 자정능력을 잃게 된다. 성찰과 반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따르는 좀비처럼 돼버리는 것이다.”

같은 지적이 반복되는데도 문제는 왜 고쳐지지 않을까.

“정치 지도자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당원이나 지지자들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겠지만 일차적으로 반성해야 하는 대상은 정치인들이다. 팬덤을 이용하고 편승해 왔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자들이 민의를 왜곡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오히려 당원의 권리를 더 확대하고 키우려고만 하고 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한동안 엄청난 공격에 시달렸다.

“박 전 위원장은 당이 쇄신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표상으로 영입한 분이다. 잘 모셔야 한다. 쇄신의 의미로 모셔왔기 때문에 그분의 목소리가 설사 거슬리더라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런데 거슬리는 목소리를 내니 바로 왜 그런 목소리를 내냐고 한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뜬금없는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우리가 ‘더 지속적으로 고민해 보자’ ‘계속 그런 목소리를 내달라’고 더 포용적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책상을 탁 치는 식으로 하니 언론에 더 시끄럽게 보도되지 않았나.”

이번 인터뷰도 지면에 나가면 또 상당한 공격에 시달릴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도 왜 쓴소리를 멈추지 않나.

“누군가는 해야 할 말 아닌가. 21대 국회 들어와서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전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수차례 교회 등의 압박으로 법안이 철회되기도 하고 무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게 법안 발의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3초도 안 돼 맡겠다고 했다. 제가 5선 의원이잖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5선 의원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안 하려고 하는데 저마저 피하고 싶다고 회피하면 비겁하지 않나. 비겁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이재명 의원 비판을 많이 하지 않나. 사실 많이 친하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하는 거다. 지금 조급증에 몰려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발버둥치지만 그게 패착일 수 있으니까 쓴소리를 하는 거다.”

지방선거 후 ‘이재명 책임론’ 공방이 뜨겁다.

“이 의원이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왔다. 광역단체장 과반을 얻겠다고 공언도 했다. 근데 결과는 박살났다. 그럼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서도 말이 많다.

“지금은 책임지고 물러나 있는 게 맞다. 이 의원이 왜 8월 전당대회에 나와야 하나. 선거 직후부터 이 의원을 비대위원장부터 당대표까지 시켜야 한다는 문자폭탄이 오기 시작했다. 전 이걸 오히려 ‘이재명 죽이기’라고 본다. 당대표라는 자리는 대통령 이상으로 어려운 자리다. 문재인 전 대통령 코스를 밟게 하겠다는 건데 아직 대선은 5년이나 남았다. 지쳐서 에너지도 상상력도 고갈돼 있을 텐데 그런 사람에게 자꾸 나오라고 재촉하는 건 실익이 없다. 성찰의 시간을 주는 게 맞다.”

전당대회 출마가 수사를 대비한 방탄용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대선 패인은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과 이재명 스캔들이다. 이 의원은 본인이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부분을 완벽히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검경 수사가 들어올 텐데 당대표 하면서 여기저기 정파적 시달림을 받으며 공격을 받는 게 맞을까. 그리고 당대표 자리는 결코 방패가 될 수 없을 거다. 이 의원이 이런 목적으로 움직이진 않았을 테지만, 그런 목적으로는 실익이 없을 거다. 일각에선 ‘이재명은 민주당 자산인데 지켜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를 정말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신뢰를 되찾을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윤 대통령, 우리가 했던 과오와 오류 되풀이”

우상호 비대위가 출범했다. 어떤 모습이 필요할까.

“거듭 말하지만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행을 뒤엎고 깨부숴야 한다. 내로남불, 금기와 성역, 팬덤과 패거리 정치, 맹종 등과 결별해야 한다. 이것들은 떼어놓기도 어려운데 엉겨 붙어있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럼에도 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민주당은 더 나락으로 빠질 거다. 살려면 파괴해야 한다. 어려울 거다. 저항도 엄청날 거고 팬덤도 다 달려들 거다. 다 깨부수면서 풀 한 포기 잡고 다시 올라오는 수밖에 없다.”

8월 전당대회엔 누가 나서야 할까.

“저를 포함해 당의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물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주도적 위치에 있었던 이재명 의원과 그 주변의 1~2명, 또 친문 쪽 주요 인사들도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그룹과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 한 번 뒤엎어봐야 한다. 그들만이 (창조적 파괴가) 가능할 거다.”

전당대회 전후 분당설 시나리오마저 나온다.

“창조적 파괴가 안 되면 분당이 되든 안 되든 민주당은 폭망할 거다. 그리고 분당까지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까. 분당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쇼윈도 부부처럼 돼선 안 된다. 겉으로만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최악이다. 불편하지만 문제를 직면하고, 그 문제를 깨부수며 나가야 한다.”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

“원칙대로 여당에 돌려줘야 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각각 다른 당이 한다. 더군다나 여야 간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하기로 합의를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민 보기엔 와닿지 않는다. 약속을 뒤집었다고만 보인다.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요직에 검찰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정은 종합예술이다. 다양한 식견과 이해관계가 모아져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특정 직업군과 시각을 가진 분들이 과하게 편중되면 종합적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 또 그들 대부분이 검사다. 저 같은 법조인 출신들은 사전적 기획이나 예방보단 사후적 결과를 따진다. 그러면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또 국정은 이해관계 조율이 중요한데, 판검사들은 적법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 즉 여러 가치관을 아우르며 미래 비전을 찾고 정서적·조율적 측면을 두루 살피며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검사 출신들은 이를 수행할 역량이 떨어진다. 그 피해는 누가 보나. 국민이 보는 거다.”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무래도 워낙 정치에 뛰어든 시간이 짧았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대신 많이 만나고 많이 듣는 식으로 보충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말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짧은 시간에 대통령까지 됐다’며 오만불손한 태도를 갖게 되면 국정 리더십을 갉아먹게 되고 민심과도 멀어진다. 최근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해 질문하니까 ‘지난 정부는 민변 출신으로 도배했다’고 했다. 본인 잘못을 이야기하면 ‘그렇구나’ 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데 ‘너희는 더했잖아’라고 대응했다. 우리가 했던 과오와 오류다. 민심은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다. 그 민심을 잘 살피고 겸손한 태도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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