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MI, 전임 이사장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07:30
  • 호수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이 전 이사장, 헬스케어법인 추진설 실체 드러나나
KMI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의혹 일축

국내 최대 건강검진센터 한국의학연구소(KMI·비영리 의료재단법인)의 일탈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시사저널은 지난 4월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KMI 사유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시사저널 1697호 ‘[단독] 복지부 감사 앞두고 재점화된 KMI의 수상한 족벌경영 기사’ 참조). 이후 KMI 안팎에서 제보가 이어졌다.

이 제보를 바탕으로 KMI 전·현직 관계자 등을 만나 추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순이 전 KMI 이사장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다. KMI 사유화 지적을 받아왔던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재단의 각종 거래와 계약에 자신들이 지배하는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사익을 챙기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KMI 측은 “근거가 없다”고 시사저널에 짧게 해명했다. 하지만 KMI 안팎에서는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헬스케어법인 설립 추진설’의 실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MI 일감 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업체는 2019년 1월 경영컨설팅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살루스케어다. KMI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KMI와 계약한 외주진단업체(공급사)는 살루스케어와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KMI 경영진이 외주진단업체들에게 ‘KMI와 관련된 모든 계약은 살루스케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freepik·시사저널 이종현

KMI, 위탁업체 통해 공급사와 계약한 이유

이에 따라 KMI는 공급사→살루스케어→KMI로 이어지는 새로운 납품 구조를 만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KMI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재단은 공급사인 외주진단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경영진이 살루스케어를 위탁업체로 중간에 끼워넣어 공급사들과 이상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상한 계약’을 주도한 인사는 실질적으로 KMI 구매를 도맡고 있는 김순이 전 이사장 사위 이광배 KMI 전략기획실 본부장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KMI와 계약하려는 신규 외주진단업체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현재 KMI의 외주진단검사를 맡고 있는 A사 관계자는 “당시 우리 회사는 KMI에 진단검사 단가를 업계 최저가로 제안했는데, 이광배 본부장이 단가를 올리는 조건으로 살루스케어를 통해 납품하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 경영진은 살루스케어가 의료업체도 아니고, 업력도 없는 회사와 그런 이상한 거래를 왜 하느냐고 반대해 계약 성사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A사는 이 본부장의 강력한 요구로 진단검사 단가 중 일부를 살루스케어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형태로 KMI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이런 이유로 KMI 안팎에서는 살루스케어가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적지 않다. 물론 KMI 관계자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살루스케어를 실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살루스케어의 지배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의료도매업체 케이비에프(100%)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부동산업을 하는 케벤홀딩스(50%)와 경영컨설팅업체 대연홀딩스(50%)다. 이 대연홀딩스는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다. 대연홀딩스 최대주주는 이광배 본부장(50%)과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 딸 이아무개씨(50%)다. 대연홀딩스의 기업정보와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순이 전 이사장 사위인 이광배 본부장은 대연홀딩스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었다.

살루스케어는 김 전 이사장 일가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정리하면,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대연홀딩스·케벤홀딩스→케이비에프→살루스케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이 때문에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자신들이 지배하는 살루스케어를 중간에 끼워넣어 KMI와 공급사로부터 리베이트와 통행세를 동시에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살루스케어를 지배하고 있는 또 다른 회사 케벤홀딩스 역시 KMI를 통해 일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KMI 수원센터와 협렵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해 KMI 수원센터가 수원 롯데마트 권선점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케벤홀딩스는 함께 입주한 KMI 수원센터 협력업체(치과, 산부인과, 죽집)로부터 전전세 형식으로 임대료를 받고 있다. 통상 KMI 협력업체들은 건물주와 직접 계약해 KMI 검진센터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다. 재단법인 정관상 목적 사업 외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는 KMI는 협력업체를 상대로 전전세 같은 임대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KMI 위탁업체, 전임 이사장 일가 손자회사

그런데 당시 협력업체들은 롯데마트와 직접 임대계약을 맺지 않고, 케벤홀딩스를 통해 KMI 수원센터 건물에 입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마트와 직접 임대계약을 맺은 케벤홀딩스가 KMI 수원센터 협력업체들에 재임대를 한 것이다. 당시 협력업체들은 설립된 지 채 2년도 안 되며, 자본금 3000만원이 전부인 케벤홀딩스에 억대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는 것을 석연치 않게 여겼다. 하지만 KMI 수원센터 협력업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기자가 만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KMI 수원센터 이전 총괄과 협력업체 선정도 김순이 전 이사장 사위 이광배 본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KMI 내부에서는 이 본부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협력업체에 케벤홀딩스를 주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케벤홀딩스 역시 김 전 이사장 일가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의구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지배하는 살루스케어와 케벤홀딩스 임원진은 정확히 일치한다. 두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살루스케어 등기임원 황XX 대표이사, 황OO 사내이사, 김CC 감사는 케벤홀딩스의 등기임원이다. 이 세 사람은 살루스케어의 최대주주인 케이비에프에도 동일하게 등장한다. 또 케이비에프와 케벤홀딩스의 법인 주소지(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안천로 XXX번길 XX)는 모두 같은 곳에 있었다.

김 전 이사장 일가와 케벤홀딩스는 연관성이 깊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케이비에프는 김 전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 대연홀딩스와 케벤홀딩스가 50대 50으로 공동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케벤홀딩스의 실소유주와 김 전 이사장 일가가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살루스케어의 지배구조를 봤을 때 김 전 이사장 일가와 케벤홀딩스 실소유자는 동업자 혹은 긴밀한 관계일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 인사들은 KMI와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사들의 거래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KMI 공급업체에 김 전 이사장 일가와 연관된 회사들을 끼워넣는 건 ‘부당내부거래’가 될 수 있다. 공급업체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거래상 역할이 미미한 특수관계사를 추가해 오히려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 사건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부당내부거래는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며, 총수 일가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다”며 “이 경우 부당내부거래에 관여한 임원진은 배임·횡령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세종특별자치시 보건복지부 전경ⓒ시사저널 최준필

부당내부거래 지적에 KMI는 ‘묵묵부답’

아울러 KMI는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감사에서 위법 또는 부당사항이 발견될 경우 변상명령, 징계 또는 문책 요구, 시정·개선 요구, 기관 경고, 임원 경고 등의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며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KMI는 5월12일 보건복지부 감사를 받았으며,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이 같은 의혹들이 감사 결과 사실로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MI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의 재산 증식 및 헬스케어법인 설립 추진설과 맞닿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KMI는 전국에 있는 검진사업부를 ‘헬스케어센터실’로 통합했는데, 이 조직은 김 전 이사장이 설립한 개인법인으로 이관된다는 계획이 내부에 파다했다. 당시 김 전 이사장의 측근 임원은 직원들에게 향후 이관될 법인은 KMI의 검진사업을 전부 관리 및 대행할 예정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결국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에게 KMI의 핵심 사업을 몰아주려고 하는 게 아니냐”며 반대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이사장이 KMI를 통해  사익을 챙기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KMI 전·현직 관계자들은 “재단법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일은 김순이 전 이사장 일가가 KMI를 사유화하면서 일어났다. 현재 KMI는 김 전 이사장 일가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KMI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시사저널은 KMI 측에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연락과 질의서를 보내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KMI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 일가의 개인회사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