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인 병사에 “테러범” 사형 선고…영국 “정규군 소속” 반박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6.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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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상 포로 권리 침해 논란…“합법성 없는 판결”
우크라이나군에서 교전에 참가했다가 포로가 된 영국인 에이든 애슬린(좌), 숀 핀너(우), 모로코인 사아우든 브라힘(우)이 수감된 모습 ⓒAP 제공
우크라이나군에서 교전에 참가했다가 포로가 된 영국인 에이든 애슬린(좌), 숀 핀너(우), 모로코인 사아우든 브라힘(우)이 수감된 모습 ⓒAP 제공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법원이 우크라이나측에서 싸우다가 포로가 된 외국인들을 ‘테러범’, ‘용병’이라며 사형을 선고한 가운데, 이들이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소속한 포로라는 보도가 나왔다. 통상 용병은 전쟁 포로 협약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

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측이 테러범이라며 일방적으로 사형을 선고한 영국인들이 실제로는 수년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정착해 가족을 지키려던 정규군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자체 법원은 숀 핀너와 에이든 애슬린 등 영국인 2명과 사아우둔 브라힘이라는 모로코인 1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DPR 측이 재판에 세운 외국인은 이들이 처음으로, DPR 측은 이들이 ‘용병’으로 테러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DPR 최고법원 재판부는 “영국인 숀 핀너와 에이든 애슬린, 모로코인 사아우둔 브라힘에 대한 용병 행위, 정권 찬탈 및 헌정질서 전복 활동 혐의 등에 대해 심리했다”며 “모든 증거에 대한 분석 결과 재판부는 3명의 죄가 증명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률) 규정과 정의 원칙에 근거해 사형이라는 징벌을 내리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피고인들은 한 달 안에 상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들이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정규군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로 28세인 애슬린은 잉글랜드 노팅엄셔 출신으로, 2018년 우크라이나에 터전을 잡은 후 약혼녀를 만났고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에 정착,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얻었다. 그는 동시에 영국 시민권도 유지 중이다. 그의 가족은 애슬린이 속한 부대가 우크라이나 해병대 36여단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애슬린이 외국인 의용군이라거나 용병 또는 첩자라는 러시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핀너 또한 우크라이나 정규 군인인 것으로 가디언은 보도했다. 48세인 그는 잉글랜드 베드퍼드셔 출신으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 정착했으며, 현재 부인을 만나 마리우폴에서 가정을 꾸렸다. 그는 애슬린과 마찬가지로 수년 전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합법적 장기 계약을 한 정규군이며, 애슬린과 같은 36여단 소속 해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제법은 1949년 제네바 협약과 1977년 1차 추가의정서 등에 따라 전쟁 포로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 사형 선고에 대한 포로의 방어권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의 이번 판결이 국제법적으로 효력 있는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전투원의 전투행위를 면책하는 제네바협약에 따라 포로는 적대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당국과 함께 포로를 석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이건 전혀 합법성이 없는 가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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