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동연의 선거 승부수 막후엔 이재명 책사들 있었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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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도’ 공약, ‘李 정책멘토’ 이한주가 김동연에 제안…실무 역시 이우종 등 이재명계가 주도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과 전임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과 전임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경기북부는 이제 독자적인 발전의 길로 나아갈 때가 됐다.” 6·1 지방선거를 보름가량 앞둔 지난 5월15일 당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의정부 경기북부청사 앞에서 임기 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경기북도) 설치를 공약했다. 경기도의 수십 년 과제였던 경기 분도를 선언한 것이다. 일종의 승부수였던 김동연 당선인의 경기북도 설치 공약 결정 막후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등 전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책사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김 당선인에게 경기북도 설치 공약을 강력하게 제안한 건 이재명 의원의 ‘정책멘토’인 이한주 전 원장이다. 이 전 원장은 이 의원이 소년공이던 시절 야학교사로 연을 맺었고, 이후로도 이 의원의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장을 맡아 이재명 경기도의 정책 전반을 주도했다. 이 의원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설계한 것도 이 전 원장이다. 

선거 과정에서 김동연 당선인은 이 전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전 원장은 이재명 경기도 때부터 준비해 온 분도 추진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 당선인도 바로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고 한다. 분도 문제는 여건 등의 이유로 전 도지사들이 쉽사리 추진하지 못해왔던 과제다. 더군다나 임기 내 실시하겠다는 건 본인 권력의 절반을 내려놓는 결정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김 당선인은 약 한 달간 고민한 끝에 결심을 내렸다. 

김 당선인이 결심한 뒤 일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이미 학문적인 검토나 실용적인 연구는 이재명 경기도 시절 상당 부분 마련된 상태였다. 100쪽 넘는 분량의 보고서도 김 당선인에게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곧 북도 설치를 홍보하고 도민들의 지지를 구하는 역할을 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일각에선 해당 위원회를 ‘경기북부팀’ ‘의정부팀’ 등으로도 호칭했다.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시사저널 임준선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북부 4곳, 시장·군수는 국힘 후보 뽑고 도지사는 김동연에 표 줘

김 당선인이 상임위원장을 맡았고,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경기 분도 의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던 강성종 전 의원도 공동상임위원장격으로 참여했다. 경기도를 지역구에 둔 의원들도 자문단으로 대거 참여했고,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도 고문단을 맡았다. 공감대가 있는 인사들이 흔쾌히 동참하며 굉장히 광범위한 조직이 마련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조직의 중심에서 일 처리를 도맡은 건 역시 이재명계였다. 이한주 전 원장은 자문위원장을 맡았고,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운영위원장으로 실무를 주도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기도 하며 이재명계의 ‘키맨’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이재명의 복심’으로도 꼽히는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김동연 캠프 비서실 부실장), 박찬희 중앙대 교수 등이 본 캠프와 북부팀을 오가며 조율 및 적극 조력했다.

경기북도 설치 공약은 6·1 선거에서 김 당선인에게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군수 선거에서 경기 북부 10곳(고양, 파주, 연천, 동두천, 양주, 의정부, 포천, 가평, 남양주, 구리) 중 파주를 제외한 9곳이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지사 선거에선 10곳 중 고양시, 남양주시, 파주시, 의정부시, 연천군 등 5곳에서 김 당선인이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시장·군수 선거에선 여당 후보를 뽑은 4곳의 유권자들이 지사 선거에선 엇갈린 선택을 한 것이다. 

이한주 전 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 당선인에게 분도 추진을 제안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맞다”며 “이재명 지사 시절에도 40년 묵은 분도 문제에 대해 충분히 구상을 하고 단계적 분도론을 실천해왔고, 이제부터는 김 당선인의 몫이다. 잘하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당선 이후로도 김 당선인은 연내 주민투표 실시 등 경기북도 설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 당선인은 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취임 후에도 전담팀을 별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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