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로까지 확대될 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형원 부장검사)는 13일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 산업부 산하 발전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퇴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백 전 장관은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13개 산업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고, 후임 기관장 임명에 대한 부당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백 전 장관이 산하기관에 특정 인물을 후임 기관장으로 임명되도록 돕거나 이미 내정된 후임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취소토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검찰은 백 전 장관을 소환해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을 상대로 산업부 산하기관장 인사와 관련한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여부와 구체적 경위 등을 집중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검찰의 한양대 사무실 및 자택 압수수색 당시 블랙리스트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 지 나흘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 수사가 전 정부의 청와대 핵심인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 중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조사받은 인물은 없다.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전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수사 동력을 잃게 돼 윗선으로의 수사는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7년 당시 임기가 남아 있던 산업부 산하 발전자회사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사퇴 압박을 받고 일괄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019년 백 전 장관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와 4개 발전 자회사, 무역보험공사,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공단, 광물자원공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엔 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석유관리원, 대한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 기관 6곳을 압수수색해 인사·경영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백 전 장관과 함께 근무했던 이인호 전 차관을 비롯해 산업부 간부급 공무원들도 잇달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