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사 성추행 가해자, 2심서 ‘징역 7년’으로 감형…유족 ‘실신’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6.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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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잘못 교정 및 사회 재통합이 형벌 기능…원심 형 무거워”
유족 “이래서 군사법원 없애야” 분통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의 부친이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의 부친이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를 강제 추행한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감형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이 중사의 유족 측은 재판부를 향해 고성을 지르거나 실신하는 등 경악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는 14일에 진행된 장아무개 공군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 형량보다 2년 감형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장 중사는 지난해 12월 1심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로부터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 등을 전송한 행동이 ‘사과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다. 보복 협박 혐의 부분은 무죄라는 판단이다. 반면 이에 앞서 군검찰 측은 장 중사의 행위가 보복 협박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판결 이후 군검찰과 장 중사 양측 모두 항소했다.

2심 재판에서 역시 보복 협박 혐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군검찰 측은 2심 재판 과정에서 해당 혐의 입증에 주력하며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장 중사의 문자 메시지 등이 보복 협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장 중사)이 사과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 의사로 인정할 수 없고, 이런 행위만으로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 문자를 보낸 것이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을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해악 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가 장 중사의 보복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정당하고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중사가 극단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장 중사 한 명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판단도 내놨다. 이 중사가 극단 선택을 하게 된 원인에는 부대 측의 은폐 시도 등도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의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 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이 중사가)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고 이런 사태가 군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의 극단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 없을 것”이라며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을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가 장 중사의 형량을 언급하는 순간, 유족은 경악하며 반발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인 이주완씨는 재판장석을 향해 달려가다 제지당한 후 윗옷을 벗어 던지며 “뭔 소리야! 이래선 안되는 거야, 재판장!”이라며 분노했다. 이 중사의 모친은 충격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실신하기까지 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재판정을 나온 후에도 기물을 내던지며 “군사법원에서 이런 꼴을 당할지 몰랐다. 최후의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우리 국민의 아들·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것”이라며 “이래서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2일 저녁 회식 이후 복귀하던 중 장 중사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으나 동료 및 상관의 회유와 압박에 부딪혔고 결국 성추행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80일만인 지난해 5월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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