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구속 갈림길…‘특수통’ 전진 배치 이유 있었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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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발부시 文정부 윗선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검찰의 수사망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 교체 이후 이른바 '특수통' 검사 위주로 조직을 재정비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집중 겨냥하는 모양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는 전날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 5명 중 핵심인물로 꼽히는 백 전 장관을 지난 9일 소환해 14시간 동안 조사한 지 나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백 전 장관은 2017∼2018년 13개 산업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서를 강요하고 후임 기관장 임명에 대해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산업부 산하기관에 특정 후임 기관장이 임명되도록 돕거나,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된 내부 인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15일 백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연 뒤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법원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이전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7년 당시 임기가 남아 있던 산업부 산하 자회사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사퇴 압박을 받고 일괄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백 전 장관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의혹이 나온 기관의 기관장들은 실제로 임기를 한참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3년 반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정권이 바뀐 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검찰은 산하 기관장과 차관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지난 9일에는 백 전 장관을 소환해 14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에는 백 전 장관의 자택과 한양대학교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메일 내역 등 자료를 확보했다. 당시 백 전 장관은 기관장들이 사표를 내게 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묻는 취재진들에게 "그렇게 지시받고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백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판박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던 것으로 미뤄, 검찰이 이번에는 백 전 장관이 산하기관장 교체 과정에 개입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이 사건 관련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전 정부 사정수사의 신호탄을 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이 오는 9월 '검수완박'법 시행 전에 수사력을 입증해 직접 수사 권한을 되찾고 해당 법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평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에 '특수통'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배경에도 이 같은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또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 기능을 복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망이 당시 산업부 산하기관장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당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등이 인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인사수석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고 조 전 수석에 대한 출석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불법감찰 의혹' 고발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시작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2017~2018년 청와대가 특별감찰반을 불법 동원해 언론과 야당 정치인, 민간기업과 개인을 사찰하고 친정권 인사의 비위 행위를 묵살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4월22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6명이 고발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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