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오범죄에 흑인 총기구매 ↑…“스스로 보호해야”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6.15 13: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SSF “2020년 흑인 총기구매 58% 급증”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현지 시각) 의회에 총기 규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시위 참가자가 '총기 폭력을 끝내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현지 시각) 의회에 총기 규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시위 참가자가 '총기 폭력을 끝내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면서 흑인들의 총기 구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 시각) NBC뉴스에 따르면, 미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제단(NSSF)는 2020년 미국 내 흑인에 대한 총기 판매가 58%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모든 인종을 통틀어 최대 증가율로, 2020년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의 목이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전국적인 흑인 인권 시위를 촉발한 해다.

NSS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도 총기 판매점의 90%에서 흑인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점의 87%에서는 흑인 여성의 총기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DC 외곽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 마이클 무디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흑인의 총기 소유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에 “버펄로 사건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버펄로 사건은 지난달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마트에서 백인우월주의에 물든 1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흑인 10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무디는 “(다음 목표물이)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도망가거나 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와 당신 가족을 직접 보호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총을 원하지 않았고 총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 세상이 나에게 총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인근에서 홀로 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흑인 여성 데스터니 호킨스는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미 의사당에서 벌인 1·6 의회폭동을 본 뒤 총을 샀다. 그는 “흑인을 겨냥한 총격은 차치하더라도 그들이 의사당까지 공격하는 것을 보니 총을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기본적인 생각은 우리 자신과 우리 집을 직접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창설된 흑인 총기소유주 단체 ‘전미흑인총기연합’(NAAGA)의 필립 스미스 대표는 흑인들의 총기 소유 증가를 ‘자각’(awakening)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미스 대표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 경찰관들의 총격 사례 등이 겹치며 흑인들의 총기 소유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전역에 회원 4만8000명을 두고 있는 NAAGA는 2020년 이후 회원수가 매달 1000명 이상 불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