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센캐’ 도전, 이미지 변신 원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5 13:00
  • 호수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 오수재인가》로 5년 만에 지상파 복귀

배우 서현진이 SBS 금토극 《왜 오수재인가》를 통해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 내고 있다. 《왜 오수재인가》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방송 2주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드라마는 ‘살기 위해, 가장 위에서, 더 독하게’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차가운 변호사 서현진(오수재)과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은 로스쿨 학생 황인엽(공찬)의 아프지만 설레는 이야기다. 극 중 서현진은 독하게 성공만을 좇아온 TK로펌의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 오수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 중이다. 서현진을 비롯해 황인엽, 허준호, 배인혁이 출연한다.

사실 서현진은 그동안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어왔다. 《또 오해영》(2016)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연이어 출연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016, 시청률 27.6%)와 SBS 《사랑의 온도》(2017, 시청률 11.2%) 역시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며, ‘믿고 보는 배우’ ‘로코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후에 출연한 대다수 드라마에서 시청률 3~5%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지상파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타’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화제성 역시 서현진 스스로 만족할 만한 필모그래피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줄곧 해온 비슷한 연기 톤도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서현진이 독기를 품고 돌아왔다. 역할부터가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왜 오수재인가》에서 서현진은 전작과 다른, 차가운 얼굴 속 상처로 얼룩진 독기 가득한 인물을 맡아 ‘센캐’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서현진이 홀로 멱살 잡고 가는 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현진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 무게감을 톡톡히 즐기며 또 완벽히 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형적으로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팬들의 걱정을 살 만큼 체중 감량에 성공해, 마냥 러블리했던 이미지에서 탈피해 세련된 이미지까지 장착했다. 거기에 목소리 톤 조절과 힘의 완급 조절을 더해 ‘연기 장인’의 면모를 여과 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 이후 5년 만에 친정집 같은 ‘지상파’ SBS로 돌아온 것에서도 초심의 의지가 엿보인다. 덧붙이지만 《왜 오수재인가》의 성공은 서현진뿐 아니라 방송사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지난해 11월 첫 촬영을 시작해 메인 연출 박수진 PD의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부재, 이후 진행된 촬영분의 방송 퀄리티 부족 등으로 원활한 제작이 이뤄지지 못했다. 내부 사정이 있었던 이 작품이 우여곡절 끝에 공개돼 서현진뿐만 아니라 방송사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통해 서현진을 만나 드라마 비하인드 얘기를 들었다.

ⓒSBS 제공
ⓒSBS 제공

5년 만의 지상파 출연이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이 항상 착할 수 없고 착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알아도 잘못된 선택을 할 때가 있다. 오수재는 선택 이후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캐릭터라 욕심이 났다. 개인적으로 다른 연기,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좋은 선배님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연기적인 것뿐 아니라 외적인 변신도 눈에 뛴다.

“감독님이 핏된 의상을 선호하더라. 실제로 정장 바지, 정장 원피스 등 핏한 의상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수재가 항상 꼿꼿하게 있으면서 자신을 놓지 않길 바라는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마치 갑옷처럼 옷 안에 자기를 가둬놓고,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립 컬러나 아이라인도 높게 그려봤다(웃음).”

변호사 캐릭터다. 어떤 준비를 했나.

“영화 《카시오페아》에서도 변호사를 맡긴 했지만, 직업적 특성이 중점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로펌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훨씬 더 로펌과 직업적 특성이 강조된다.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실제 재판에 들어가서 보고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했을 때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어렵더라. 대신 영상을 통해 공부했다. 다행히 로펌에서 변호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오수재의 대사 중 ‘내가 TK고, TK가 나야’라는 말이 있는데, 변호사들이 듣더니 ‘우리도 이런 애사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당황했던 게 기억난다(웃음)."

 

서현진의 상대역은 모델 출신 배우 황인엽이 맡았다. 데뷔 4년 차 신인 배우다. 황인엽은 서현진과의 첫 만남에 대해 “무엇보다 정말 아름다우셨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선배님과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함께 연기한다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다”면서 “막상 첫 촬영 때는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긴장했다. 선배님이 배려해준 덕분에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 파트너로 존중해 줘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호는 TK로펌 회장 최태국으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가족들이 서현진씨를 너무 좋아한다. 적극적으로 가족들이 추천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왜 오수재인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연기 장인’ 허준호와 서현진이 맞붙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작품에서 각각 TK로펌 회장과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를 맡아 격렬하게 대립하는 역할이다. 두 ‘센캐’가 맞붙는 장면들은 드라마의 백미로 꼽힌다.

 

선배인 허준호와의 호흡은 어떤가.

“허준호 선배님이 ‘우리 아내가 네 팬이야’라고 먼저 이야기해 주셨다(웃음).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면서 많이 배우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지문에 없는 것까지 생각해서 연기해 신을 고퀄리티로 만드시더라. 선배님이 작품에서 로펌 회장 역할이다. 피지컬에서 오는 압도감과 아우라가 있더라. 가만히 있어도 이미 회장님이었다. 함께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에 허준호는 “서현진은 배우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친구다. ‘저렇게도 준비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고, 배우는 느낌도 들었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현진이가 현진이를 사랑했으면 한다. 너무 작품에 몰입하는 모습이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현진은 “카메라 각도를 바꿀 때 15분, 20분이 걸리는데 제가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계속 서있었나 보다. 허준호 선배가 ‘계속 뻣뻣하게 서있으면 안 힘드니?’라고 하셨다. 저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그랬던 것 같다”며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무엇인가.

“역시 허준호 선배와의 장면이다. 최태국(허준호 역) 회장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오수재가 손을 잡으면 최태국 회장이 일어나는 신이 있는데, 사실 손을 내미는 건 지문에 없었다. 선배님이 ‘악수를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하셔서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선배님이 키도 크고 덩치가 좋으니까 마치 거대한 파도가 삼키는 것처럼, 헐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 깊었던 신이었다.”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스틸컷ⓒSBS 제공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스틸컷ⓒSBS 제공

상대 배우가 신인급인 황인엽이다. 호흡은 어떤가.

“리딩할 때부터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발성도, 톤도 안정적이라 무리 없이 촬영했다. 무엇보다 내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서 말도 안 되는 상황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황인엽 배우가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지 않았다(실제로 서현진은 38세, 황인엽은 32세다).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연기했다(웃음).”

황인엽이 맡은 ‘공찬’ 역할은 ‘오수재’와는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오수재는 복수하겠다는 욕망이 강해 경주마처럼 목표만 보고 달리는 인물이다. 그 욕망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구원자가 공찬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기 어렵지 않나. 오수재에게는 공찬이 그런 사람이다. 공찬 덕에 오수재가 경주마 같은 시야와 복수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