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의혹’ 논란, 명확한 증거도 깔끔한 해명도 없는 ‘이전투구’ 양상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7 12:00
  • 호수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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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윤리위에 경찰 수사도 현재진행형…‘이준석 대표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 3대 핵심 쟁점 되짚어보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그와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현재 이 대표는 당 윤리위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심의를 받고 있다. 6월22일 윤리위 회의에선 5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찰 역시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 윤리위나 경찰 어느 한 곳에서라도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파장이 엄청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매우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의혹 자체에 대해선 견해가 분분하다. 명확한 근거가 없고, 진상 규명 또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의혹의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여권에 들이닥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이 핵심 쟁점들을 짚어봤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 등이 6월23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 등이 6월23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①2013년 ‘성 상납’ 있었나

관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다. 가세연은 지난해 12월 자신들의 방송에서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했다. 가세연의 주장은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8월15일과 같은 달 23일 두 차례에 걸쳐 중소 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를 운영하던 김성진씨로부터 성 상납 및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로 당시 29세였던 이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대위원 임기를 마친 직후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당시 정치권 곳곳에 로비를 했던 김씨가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이 대표에게도 대가를 바라고 향응과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먼저 김씨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씨는 사회적으로도 꽤나 알려졌던 인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회사가 크게 성장하며 언론 등에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김씨 회사에서 제조한 제품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승장구도 잠시, 김씨는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에게 24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낸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끝에 2017년 징역 11년과 벌금 61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회사를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속이는 등 여러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가세연이 최초 이 대표와 관련한 의혹을 주장할 때 근거로 댄 게 바로 김씨 사건 관련 기록이다. 당초 가세연은 이를 대전지검의 수사기록이라고 주장했는데, 의혹 제기 직후 대전지검이 해당 기록에 대해 “대전지검에 보존된 기록이 유출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해당 기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그러나 해당 기록 자체는 실제 검찰에서 작성된 자료가 맞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가세연이 의혹 제기의 근거로 삼았던 사건 관련 기록들을 직접 확인했다. 해당 기록은 정확히 말하면 김씨 사기 사건과 관련한 증거 기록, 공소장, 신문조서 등이다. 이는 사건 관련자들이 법원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받아낼 수 있는 자료다. 해당 기록엔 담당 검사의 이름은 물론 직인 등도 찍혀있으며 일련번호 등도 존재한다.

기록엔 실제 이준석 대표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씨에게 여러 자금을 대왔던 A씨의 투자 지출 내역이 표로 정리된 증거 기록에서다. 내역엔 2013년 8월15일 김씨가 A씨에게 ‘새누리당 이준석 위원’에 대한 ‘숙소 및 접대’를 위한 금액을 요청했다고 기록돼 있다. ‘비고’엔 룸살롱과 호텔명, 그리고 ‘성 접대’라고 적혀 있다.

이어 며칠 뒤인 8월23일에도 김씨는 이 대표가 당시 운영하던 교육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에 ‘화장품 세트’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있다. 해당 내역은 A씨가 김씨로부터 받았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기록만으로 성 상납이 실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김씨가 투자를 받기 위해 일방적으로 요청한 내용일 뿐 실제로 이뤄졌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에도 허위 내용으로 투자자들을 자주 속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전의 호텔에서 숙박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록이 아예 거짓이 아니었다는 점에선 의혹에 무게가 더해진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6월22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날 회의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6월22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날 회의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②이 대표 측의 7억원 투자 약속은 왜?

가세연이 의혹을 제기한 직후 이 대표가 당시 김씨를 돕던 장아무개씨와 통화하고, 대전에 있던 장씨에게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보낸 사실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장씨는 가세연 등이 성 상납 의혹 당일인 8월15일 이 대표의 의전을 담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장씨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밤 가세연의 의혹 제기 당일 장씨와의 통화에서 “쟤네(가세연)가 뒷받침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가”라며 “제가 대전으로 사람을 한 명 보내면 만나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후 김 실장이 곧바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 새벽 시간에 장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위해 김 실장을 장씨에게 보낸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재 당 윤리위가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성 상납이 실제 이뤄졌는가와는 별개로 증거인멸을 위해 이 대표가 측근인 김 실장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다만 이 대표 측은 “장씨가 방송 직후 먼저 연락해 왔고, 가세연의 거짓 주장에 반박할 수 있게 돕겠다고 해서 내려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름 뒤쯤인 2022년 1월10일 김 실장은 다시 대전을 방문해 장씨를 찾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장씨에게 7억원 투자 유치 각서를 써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각서에 따르면 ‘약속 증서’이며 “○○피부과(대전시 소재)에 2월 초순까지 7억원을 투자 유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해당 각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이 장씨의 입막음과 함께 자신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장씨 측에 7억원 투자를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김 실장에게 ‘이 대표는 8월15일 성 상납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써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개인적인 투자 약속이었을 뿐 이 대표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6월13일 K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7억원 투자 약속과 관련해 “(돈을) 주기로 한 건 아니다”며 “월 1% 정도의 이자를 준다고 했고 3년 기간 내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그렇게 정확히 지켜준다면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래서 당연히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는 게 좋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실장이 거기에 7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지만 엄중한 대통령선거 기간에 가세연 같은 방송 내용을 정규 방송이나 언론이 받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염려가) 더 컸기 때문”이라며 투자와 이 대표 관련 의혹이 연관돼 있음을 내비치는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뒤늦게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답변”이라고 정정했다.

김 실장의 해명과 관련해선 의혹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 의혹과 관련해 상의하기 위해 만났던 두 사람이 뜬금없이 전혀 상관없는 투자 유치 약속을 했다는 게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통은 투자를 유치하는 사람이 이자 등에 대해 약속하는 각서를 쓰지, 투자하는 사람이 각서를 쓰진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리위가 6월22일 밤 회의에서 1시간30분가량 김 실장의 소명을 들은 뒤 오히려 징계 심의에 착수한 것도 결국 의혹이 거의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6월22일 당 윤리위 회의에 참고인 으로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6월22일 당 윤리위 회의에 참고인 으로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③‘의혹 핵심’ 김성진 “李 성 상납 의혹 반드시 밝히겠다”

이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선 10년 가까이 지난 일이어서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김성진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 의사를 밝히며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김씨는 최근 법률대리인으로 김소연 변호사를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 출신이었으나 현재는 탈당해 이 대표와 줄곧 각을 세우고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6월22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김씨를 접견한 직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씨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를 반드시 밝히겠다는 입장”이라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뒤 이 대표 측으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김씨가 접대 이후 자리를 떠나 성 상납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관련 증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는 1~2주 준비한 뒤에 경찰 접견 조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근 실장을 만났던 장씨 또한 이미 경찰 조사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에 따르면 장씨는 김 실장의 투자 약속이 이뤄지지 않자 현재는 다시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은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 측은 “성 상납 의혹은 분명한 허위이며 윤리위가 다루고 있는 증거인멸 교사 의혹 또한 애초 성 상납이 없었기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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