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면담 공개하자” vs 우상호 “언론플레이말라”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6.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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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27일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 중 신경전
유족 측 “대통령기록물 공개 당론 미채택시 文 전 대통령 고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대통령기록물 공개' 요청안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대통령기록물 공개' 요청안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 측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방문해 사건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를 촉구했다. 면담의 공개 여부를 두고 유족 측과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서 날선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대준씨의 형인 이래진씨와 김기윤 변호사는 27일 국회에서 우 위원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 내 태스크포스(TF) 1호 과제로 대통령기록물 공개의 국회 의결을 해달라고 건의할 것”이라면서 “7월4일까지 기록물 공개를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7월13일까지 국회 의결이 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고발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족 측은 ▲2020년 9월23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록 및 당시 회의실에 참석한 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 ▲2020년 9월22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행정관 명단 또는 이름이 포함된 자료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와 산하기관, 해양경찰청 등으로부터 보고받고 지시한 관련 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정수석실 근무 행정관 명단의 경우 이대준씨 사건 당시 한 행정관이 해경 지휘부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취지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른 정보 공개 요청이라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의 처벌을 원하는 입장이고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했기 때문에 유족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았으면 직무유기, 그냥 방치하라고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특별취급정보(SI) 공개 여부에 대해선 “민주당이 여당이던 시절 SI 정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교체되니 이제와서 공개하라는 건 무슨 내로남불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정략적인 것이지, 유가족이 정략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아빠와 관련한 내용을 뉴스로 봤다. ‘엄마, 월북이 뭐야?’라고 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이후에 (아이가) 받는 상처가 어떻게 될지 상당히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후 유족은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 들어갔다.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면담에선 유족 측과 우 위원장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면담 후 브리핑에서 “처음에 회의 공개를 부탁했고, 그에 대해 우 위원장이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 “제가 황당해서 ‘유족이 이렇게 브리핑하는 게 언론플레이냐’고 따졌다. 이런 태도가 유족과 협의하려는 마음인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플레이 관련 발언에 대해 제가 바로 따지니 우 위원장이 사과했다”면서 “조카의 편지에도 답장을 전달해 달라고 했고, 그 부분도 행정착오 때문에 빨리 못 받아서 죄송하다고 하시더라”라고 밝혔다.

이날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유족과 지도부의 면담과 관련해 “우 위원장이 최대한 유족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면서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이런 부분이 정치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셨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의 ‘언론플레이’ 발언에 대해선 “변호인 측이 먼저 언성을 높여서 우 위원장이 그렇게 말했는데 곧바로 사과를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족의 요구 내용에 대한 부분은 당내 TF로 일원화해 적극적으로 논의·검토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 공무원 소속이던 이대준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서해 최북단 소평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탑승해 있던 중 실종, 이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북한군은 이씨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경은 이대준씨 사망 일주일 뒤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A씨(이대준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경과 국방부는 지난 16일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선 “(살해당한)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 월북 의도를 인정할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자진 월북’이라는 당초 해경 수사 결론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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