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통제·조직안정 두마리 토끼 잡을까…尹정부 첫 경찰청장에 쏠리는 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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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임기 한 달 앞두고 사의 표했지만 보류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 26일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장 공백에 따른 치안 공백을 줄이기 위해 차기 경찰청장 인선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내정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의 경찰 통제안에 협조하는 동시에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시켜야 할 차기 경찰청장 자리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장 후보군에 해당하는 치안정감 6명(경찰청 차장·서울경찰청장·경기남부경찰청장·부산경찰청장·인천경창청장·경찰대학장)은 인사검증을 위한 자료를 이미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내정자 지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까지 최소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유력한 후보조차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해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순경 출신으로 여성인 송정애 경찰대학장이 여성 발탁을 강조한 현 정부 기조와 맞물려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입직 경로 안배 차원에서 간부 후보 출신인 이영상 인천경찰청장이나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지명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정부로서는 경찰 통제안에 협조하는 동시에 혼란스러운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경찰청장이 필요하다. 행안부는 이날 경찰조직을 직접 통제할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최근 경찰의 권한이 급격하게 확대·강화돼 경찰의 관리체계 개편과 수사역량 강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찰국 신설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무부(행안부의 전신) 치안본부가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 조직이 부활하는 셈이다. 현 정부 출범후 신설된 장관 자문기구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권고안을 대부분 받아들여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김 청장이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일선 경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경찰 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신설 반대 성명을 내고, 관내 경찰서에 경찰국 반대 플래카드를 걸었다. 또 자신들을 '전국현장 경찰관 일동'이라고 밝힌 경찰관들은 행안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김 청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대응이 늦었다" "다른 지휘부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등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여론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내부 비판이 확산되면서 차기 청장 인선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청장 인선은 추천된 후보자에 대한 경찰위원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행안부 장관의 제청, 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된다. 경찰위원회는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과 민주성·공공성 확보를 목적으로 1991년 설치됐다. 경찰위의 부동의가 임명절차에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경찰위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경찰청장 임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안이 가시화되고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으로 내부 반발기류가 커지면서 김 청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돼 왔다. 행안부의 경찰 직접 지휘 방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물러나야 한다는 내부 요구가 있어온 데 이어 최근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질타하면서 용퇴 압박이 커졌다. 김 청장은 지난 주말 이 장관과 100분 가까이 통화하면서 경찰국 신설 등 통제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논의와 관련,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다"고 했다. 이어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심도 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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