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통령실서 별다른 요청 없었어…다른 정무적 판단 일절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환송행사에 여당 지도부 ‘투톱’ 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참석하고 이준석 대표는 불참했다. 이 같은 여당 지도부의 반쪽 참석을 두고, 최근 ‘윤리위 정국’을 거치며 이 대표 측과 대통령실 간에 형성된 불편한 관계가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하러 출국하는 길이고, 그 시간대에 제 일정이 비어 있어서 (환송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 제가 자진해서 그냥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대표는 환송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시간대에, 이 대표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에 여당 당대표가 환송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정국’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에 조성된 불편한 기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동아일보 등 일부 매체들이 지난 25일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약속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하고 나선 반면 이 대표는 “만남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고 전해, 같은 사안을 두고 양측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바 있다. 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을 돕는 정당이 맞느냐”며 이 대표의 ‘윤리위 정국’에서 비롯된 당 내홍을 에둘러 비판한 후, 친윤 그룹과 이 대표 간에도 현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별다른 요청이 없었고, 대표는 그 시간에 정해진 다른 일정도 있어서 그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했다”며 “다른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간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1시54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3박5일 스페인 순방을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앞서 짙은 남색 정장에 연분홍색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과 흰색 긴팔 원피스 차림의 김 여사는 공군 1호기 앞에서 대기하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30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포함, 14차례에 달하는 외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