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부활하고 혁신학교 진단… “부산 교육 모두 바꾸겠다”
  • 이상욱·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3 15:00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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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새 교육감 “자사고와 특목고 확대할 것”
지난 8년간 초래된 “학력 저하 문제 회복” 강조

6·1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에서 보수 성향인 하윤수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됐다. 8년간의 진보 교육감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좌편향 일변도였던 부산의 교육정책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학력 향상’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기초학력을 신장하고,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아이들을 성적 순으로 줄을 세운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각종 학력평가를 줄여온 진보 성향 교육감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하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이 망가뜨린 학력 저하 문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와 특목고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배치했다. 지난 2019년 해운대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 김석준 전 교육감과 대조적이다. 그 배경에는 부산 동서 교육 격차 해소와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보장이 깔려 있다. 하 교육감은 교육적 정합성과 학부모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행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수 부산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장은 “현재 서부산권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 신설보다 일반 학교에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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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부산교육감 ⓒ연합뉴스

기초학력 향상 위한 전수학력평가 추진

하 교육감의 공약은 크게 학력 신장과 인성 교육, 미래 교육, 혁신 소통, 교육복지, 안전보건 등 6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그는 학력 저하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기초·기본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수학력평가 추진과 부산학력평가연구원 설립을 내걸었다. 실제로 앞서 운영된 부산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부산교육청에 전수학력평가 시행방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력평가를 둘러싼 부작용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하 교육감이 전수학력평가를 진행한 뒤 학생 점수를 학부모와 교사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 점수를 공개해 실력과 정확한 위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선 줄세우기 교육을 우려한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생·학부모·교사에게만 공개된다고 하는데, 학부모가 알면 전부 다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과 학교 줄세우기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그간 평가를 많이 안 해서 기초학력이 좀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학교보다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실정인데, 여기에 그런 것(전수학력평가 시행)까지 있으면 교육이 더 과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 위원장은 ”현재 ‘도달’과 ‘미도달’로 얘기하고 있는 것을 학부모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궁금한 점을 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육감은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국제학교 유치와 권역별 2030 영어빌리지도 추진한다. 부산의 동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자구책이다. 이번 선거에서 하 교육감이 당선되자 명지국제신도시 일대에 국제학교를 설립할 예정인 영국 왕립 로얄러셀스쿨이 당선 축전을 보냈다. 이 소식이 퍼지자 설립 예정지 일대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명지신도시의 한 학부모는 ”아무래도 좋다. 학교가 다양하게 가까이에 있으면 선택지가 많아서 좋다”고 반색했다.

7월초 하 교육감과 로얄러셀스쿨 해든 단장은 로얄러셀스쿨 부산 캠퍼스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로얄러셀스쿨은 부산시 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기여하고, 부산교육청은 로얄러셀스쿨의 행정지원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양해각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명지국제신도시 국제학교 유치는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 ”2024년까지 로얄러셀스쿨을 개교해 강서구를 교육과 문화 신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서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로얄러셀스쿨 개교가 부산의 동서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얄러셀스쿨 부산 캠퍼스는 전교생 1200~1300여 명 규모로,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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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6월8일 부산미래교육원에서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존 혁신학교는 진단 후 재지정 평가 계획

김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이었던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교육감 시절 처음 도입한 이후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들어선 학교 모델이다. 경쟁을 지양하고 토론과 체험을 중시하는 것을 내세우지만,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을 등한시해 학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진단·평가한 후 운영방침을 고민하기로 했다. 그는 “연속성이란 게 있는데, 혁신학교를 취임 초기 당장 어떻게 하거나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혁신학교 신규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65곳 혁신학교는 그동안 성과를 점검해 엄정하게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견해다. 인수위원회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우려와 교사 업무 과중, 과도한 자율성으로 인한 인사권 약화, 예산 분배 불공평 등을 혁신학교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밖에도 김 전 교육감표 진보 교육정책은 상당 부분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 교육감이 교총 회장 시절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을 담아 교육청이 별도로 제정한 조례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교육공동체의 본질”이라며 “학생의 인권만을 빼내서 조례를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옥상옥으로 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하 교육감은 김 전 교육감이 펼쳐온 민주시민교육과 노동인권조례에 대해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 교육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학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고, 학생과 교직원의 마음 건강 치유에도 힘쓰겠다”며 ”오롯이 교육 한 길만을 걸어온 교육자로서 부산 교육 회복에 저의 모든 헌신을 다해 부산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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