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노동계 “사실상 삭감” vs 경제계 “현실 외면”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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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 460원, 5.0% 인상…노사 모두 반발
6월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6월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졌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물가 부담과 경기둔화 우려를 내며 결정안에 반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추가 진통이 예상된다. 

30일 주요 경제단체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일제히 비판하며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상승폭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이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역시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소속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용안정 대책도 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고용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역시 반발하며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의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역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동계가 제출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의 3차 수정안은 1만80원(10% 인상)이었다. 최근의 고물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5.0% 인상은 사실상 임금 동결을 넘어 '삭감'이라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9620원은 그야말로 절망·분노스러운 금액으로, 공익위원들이 예전과 달리 법정 심의 기한을 준수할 것을 이야기하면서 졸속으로 진행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저임금 노동자 삶의 불평등, 더 나아가 노동 개악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제시한 가운데 6월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사용자위원들이 표결을 거부한 뒤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익위원이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제시한 가운데 6월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사용자위원들이 표결을 거부한 뒤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날 최저임금 표결 과정에서도 노사 양측의 입장차는 컸다.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에 들어갔고, 위원들의 퇴장과 기권 속에 결국 가결됐다.

윤석열 정부 첫 최저임금 인상률로 기록된 5.0%는 올해(5.1%)보다 소폭 낮다. 2018년 16.4%, 2019년 10.9%에는 못 미치지만 2020년 2.9%, 작년 1.5%와 비교해서는 높다.

최저임금위는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는 이의가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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