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일 프레임은 유통기한 지났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3 11: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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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속사정 알려주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일본 정부가 계속 헛발질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일본 시민들은 왜 무능한 정부를 꾸짖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했다. 폭주하는 권력을 시민의 힘으로 응징한 경험이 생생한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궁금증이다. 시민의 인내심도 바닥날 만한데, 시민들이 정부를 꾸짖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일본의 시민들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는 것인가? 일본의 시민들은 왜 무능하고 오만한 권력을 묵인하는 것일까?”

일본 간다외국어대학교에서 준교수(부교수)로 재직 중인 김영화씨가 과거에 멈춰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인상론을 극복하고자, 변화하는 일본의 현주소를 입체적인 시각으로 담아냈다.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김씨가 도쿄라는 지역 공동체의 주민으로서, 일본의 대학 사회라는 연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부지런히 참여관찰을 해온 결과물이다.

같은 일본 다른 일본│김경화 지음│동아시아 펴냄│352쪽│1만7500원

“과거를 모르면 현재도 없다는 교훈도 중요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다가 현재를 오독할 위험성도 있다. 일본 문화를 연구하면서 우리 사회의 일본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설득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현재의 일본 사회를 이해하기에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도 많았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공간을 인지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문화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 행동을 보고, 미국인은 화가 났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 반해 영국인은 혼자 있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김씨는 홀이 문화를 ‘숨겨진 차원’이라고 말한 것에 착안해 모르고 지날 뻔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들춰내 정리했다.

“일본 젊은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의 ‘이데올로기 없는 보수화’는 과거의 질서를 지키자는 것이기보다는, 고달픈 경쟁에서 패배감을 맛보기 일쑤인 현실과 타협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기성세대의 정치적 감각이 젊은이들에게는 아무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 인류학자인 김씨는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가 상대방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에도 주목했다. 현대인들은 미디어라는 렌즈를 통과하면서 ‘가공’된 결과로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그에 근거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혐한’이라는 말의 존재감이 커진 경위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혐한이 한일 매스미디어의 캐치볼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한일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에도, 일본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자발적인 정보 공유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꾸준히 키웠고, 그 결과 제3차 한류의 흐름이 탄생했다. 한국 사회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 다른 젠더 감수성을 가진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공감하는 것이다. 친일·반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본 사회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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