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오른 LG 전장사업…정체하는 하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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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S사업부, 2분기 연속 흑자 흐름
인수 후 정체기 돌입한 하만, 추가 M&A?
LG전자 VS사업부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홈페이지
LG전자 VS사업부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홈페이지

주요 기업이 3분기 확정 실적을 이번 주 발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전장 사업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전장사업(VS)은 오랜 적자 터널에 벗어나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은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 사업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575조원), 2028년 7000억 달러(약 100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4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 붓는 등 투자를 이어왔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지난 2분기부터 달라졌다. 26분기 만에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흑자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LG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VS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90억~600억원으로 예상된다.

앞서 VS사업부는 올 상반기 8조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연말까지 수주 잔액이 6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이후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VS사업부의 2분기 연속 흑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등 주요 부문의 실적 하락을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더욱 의미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조원대 적자 사업부에서 올해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 수준 달성으로 전사 마진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VS사업부 실적이 올해 처음으로 LG전자 전체 매출액의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00억원 수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 8일(현지 시각) 멕시코에 위치한 하만 공장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 8일(현지 시각) 멕시코에 위치한 하만 공장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삼성전자

인수 전 영업이익 뛰어넘지 못해…대책 수립 고심

삼성전자도 2017년 80억 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하만을 앞세워 전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만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5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도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하만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991억원)과 비슷하거나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류난 등에 따른 원가 비용 급증이 수익성 후퇴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빅딜 이후 하만은 좀처럼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인수 후 사상 최대치인 59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합병 직전인 2016년 영업이익(6800억원)을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장 사업에 대한 관심은 높다. 지난 6월 유럽 출장과 9월 중남미 출장에서 전장 계열사인 하만 카돈을 방문할 정도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귀국길에서는 “전장기업 하만 카돈도 갔었고,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발언을 놓고 삼성그룹의 전장 사업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삼성그룹은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를 통해 전장사업 관련 팀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사업을 주도하는 하만을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관련 계열사의 시너지를 모색하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정체에 머물고 있는 하만 등 전장 사업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추가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향후 전장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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