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에 배신 당했다는 유동규…폭로일까, 전략일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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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 “남욱 변호사 8억원 심부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재판에서도 폭로를 이어갔다. 1년 전만 해도 이 대표와의 사이에 선을 긋던 그가 돌연 입을 열게 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배신감' 때문이라는 게 그가 말한 이유이지만, 일각에서는 재판상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 재판이 열린 24일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책임을 돌렸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는 특혜 의혹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지만 이날부터 진술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 그의 변호인은 이날 정영학 회계사에게 이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당시 실질적 결정권자가 성남시장이 아니었느냐'고 추궁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 과정이 성남시청 또는 성남시장으로부터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때 당시는 몰랐지만, 최근 재판 과정에서 알았다"며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당시 자신은 이 대표와 연관 짓기 위한 프레임의 희생양일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최근 심경의 변화로 이 대표와 측근들을 정조준해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들로부터 느낀 배신감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형제들이라고 불렀던 사람들과 함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려울 때 진면목을 본다고 하지 않나. 배신감일 수도 있는데 제가 좀 착각했다. 참 비정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면서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선 '의형제'처럼 지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나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았지만, 구치소에 있는 1년간 그럴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검찰 수사에서 김 부원장의 요구로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준비과정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8억4000여 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이 진행 중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측근에게 돈을 건넨 과정이 상당히 구체적인 데다,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의 진술과도 맞아떨어지면서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정 팀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게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 8억원을 주라고 해서 심부름을 했다"면서 "정 전 팀장은 전달자였을 뿐 돈이 무슨 목적으로 어디로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의 돈 8억4700만원이 남 변호사의 측근인 이모씨, 정 전 팀장,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본부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 팀장 측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의 태도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이 개발 비리를 주도한 가장 윗선으로 지목돼 있는데, 이 대표가 가장 윗선에 있다고 볼 경우 형량이 줄어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이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절차에 이 대표의 지시 여부를 캐물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수수한 8억여 원의 용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돈의 성격을 '대선 자금'으로 규정한 검찰은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신병을 확보한 김 부원장을 23~24일 이틀 연속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또 물증 확보를 위해 전날 오후 2시부터 4시32분께까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물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곤란해지지 않겠냐는 질의에 유 전 본부장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금 용처와 관련해서는 "그건 검찰에서 나중에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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