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크리스마스인데…” 불매운동에 근심 커진 SPC 가맹점주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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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안일한 대응 질타 속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
제빵업계 대목인 ‘성탄절·연말연초’ 타격 클 듯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공분을 산 SPC와 계열 브랜드를 향한 불매운동이 확산일로다. 소비자들은 제빵 업계가 '대목'으로 꼽는 연말연초를 겨냥,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태세다.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여론을 더 자극하면서 매출 직격탄을 맞은 점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SPC 계열 브랜드 불매운동을 펼치자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제빵 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성탄절과 연말, 연초 등 케이크 소비가 절정인 때를 겨냥해 불매운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대학가에서도 불매운동 참여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12~1월을 주목하는 것은 해당 시기가 SPC 계열 브랜드들의 매출이 가장 높은 때여서다. 

충청 지역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한 점주 A씨는 "크리스마스 전후와 연말에 단가가 높은 케이크가 집중적으로 팔리기 때문에 그 전까지 불매운동이 지속될 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불매 움직임이 있더라도 지방에 있는 점포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 같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10년 가까이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인 B씨는 "오후가 되면 식빵 등 몇몇 인기 제품은 다 팔리고 없는데 지금은 매일 재고가 남는다"며 "손님 발길이 끊긴 게 확연히 느껴지고, 그나마 오시는 분들도 눈치를 보며 들어와 저 역시 죄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단체주문도 끊겼고, 사고 이후 전체적으로 20% 넘게 매출이 줄었는데 앞으로 더 줄면 어떡할 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SPC 로고에 사고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붙이는 모습 ⓒ연합뉴스
10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SPC 로고에 사고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붙이는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PC브랜드 가맹점은 2020년 말 기준 파리바게트 3425곳, 배스킨라빈스 1466곳, 던킨도너츠 579곳, 파스쿠찌 491곳 등 6000곳이 넘는다. 불매운동이 확산할 경우 수 천 곳에 달하는 SPC 가맹점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비자들은 지난 15일 사고 발생 후 열흘 넘게 SPC 계열 브랜드 현황과 함께 '#SPC 불매', '#피 묻은 SPC 제품 사지 말자' 등 불매운동과 관련한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공유해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알려진 후 급속도로 확산했다.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 평택 공장은 사고 바로 다음 날 고인이 사망한 현장을 흰 천으로만 가려놓은 채 그 바로 옆에서 노동자들에게 빵 만드는 작업을 강행토록 했다. 고인이 빵 공장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도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을 박스째 놓고 간 회사 대응도 큰 질타를 받았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허영인 SPC 회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소비자들은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며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동석 SPL 대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강 대표는 전날 국감장에서 '2인1조 작업 매뉴얼'에 대한 질의에 "소스 배합작업은 내부 작업 표준서에 의하면 일련의 공정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으로 정의돼 있다"며 "2인1조를 (해야 하는 공정이라고) 단언 짓기 어렵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한 네티즌은 "정말 무서운 건 장기전"이라며 "단기간에 타올랐다 꺼지는 불매운동보다 남양유업 때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이런 흐름이 유지된다면 SPC는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0월18일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평택공장에 마련된 분향소. 10월15일 이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br>
10월18일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평택공장에 마련된 분향소. 10월15일 이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상황이 악화일로지만 가맹점주들이 불매운동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맹사업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프랜차이즈 본사나 그 경영진의 귀책으로 인한 매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주가 본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SPL의 경우 SPC 계열사지만 독립법인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피해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등은 일단 본사 대응을 지켜본 뒤 매출 타격으로 인한 보상 방안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SPC 측은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파리바게뜨를 대상으로 일부 빵 종류에 대한 반품을 받는 등 가맹점 달래기에 나섰다.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유통기한 내에 판매되지 않은 빵을 본사가 재구매한다는 취지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회사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저희 역시 많이 비판하고 질책했다"면서도 소비자 반감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야기하는 표현 등에 대해서는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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