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기업 앞세운 尹대통령 순방…세일즈 외교 시동?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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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카라 원전 방문해 탈원전 폐기 천명할 듯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희림건축도 합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떡을 자른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떡을 자른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나선다. 순방의 초점은 ‘경제외교’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첫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려 동행한다. 적극적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순방의 키워드로 △투자유치 △UAE △글로벌 연대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UAE 국부펀드 등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중동 지역 첫 순방지를 UAE로 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올해 첫 순방국이자 (윤 대통령의) 중동지역 첫 방문지로 UAE를 선정한 것은 경제 수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UAE 방문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에서 전략적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다수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원전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최초로 수주한 해외 원전이자 중동 최초 원전이 바카라 원전 현장을 방문해 현장 노동자들과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한 바카라 원전은 4개 호기 중 3호기를 올해 준공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UAE 방문과도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과 2022년 2차례 UAE를 방문한 바 있다. 2018년 방문 당시 문 전 대통령도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협력 분야는 원전보다 방산과 수소, 인프라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 1월 문 전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문재인 정부는 UAE와 4조원 규모의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Ⅱ(M-SAM2)’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양국 경제인 협력도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로 명명할 정도로 특정 분야에 국한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대비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바카라 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UAE와의 에너지·원전 분야 협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원전 관련 업체만 한국수력원자력 등 10곳이 넘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 경제단체 지위, 무역협회로?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 중 눈에 띄는 곳도 있다. 바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건축)다. 희림건축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공사의 설계·감리 용역을 수의계약한 업체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중앙지검 별관 증축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전시회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차례 후원했고, 건진법사와 밀접한 연민복지재단에 1억원을 출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공사 수주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정부와의 차이는 경제사절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한국무역협회에서 주도해 구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해당 역할을 맡아왔다. 이에 재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표 경제단체 지위가 무역협회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인 신분으로 무역협회가 개최한 ‘청년 무역 국가대표와의 만남’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당선 후 개별 경제단체 방문은 무역협회가 처음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 제외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번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전경련 패싱’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사절단 구성과 현지 비즈니스 포럼을 어떤 단체가 주관할지를 놓고 경제 단체 간 신경전이 계속 돼 왔다”며 “순방의 성격 등을 고려해 무협이 낙점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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